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 일상에서 발견한 31가지 미술사의 풍경들
박상현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 by 박상현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서 일상이 다시 활기를 띄는 요즘이다. 올 스톱이던 공연, 전시, 축제 등이 열리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동안의 스트레스와 억눌려있던 에너지를 바깥활동을 하며 해소하는 모습이다. 나도 그동안 보지 못했던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공연장, 미술관에서 보는 작품들만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의 저자는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 환경도 호기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이 있다고 말이다.


저자 박상현은 미술사를 전공한 뒤에 미국과 한국에서 뉴미디어 스타트업과 벤처투자 활동을 하는 등 조금은 독특한 길을 걸어왔다. 틈틈이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 "따스하면서도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듣고 있으며, 박학다식이 널리 알려지며 주요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등 "페이스북의 빌 브라이슨"으로 불린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학사,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 미술사 석사로,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학교 미술사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책은 하나의 시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자는 제안이다. 다양해질수록 다정해지기 때문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는 마네 그림에 등장하는 무표정한 사람들을 항상 목격한다.

...

그들 눈에 비친 우리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마네가 발견한 현대성이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작품을 감상하는데 어떤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대게 벽에 걸려있는 작품 한 번, 제목 한 번 보고 쓱 지나가는 식으로 작품을 관람하는데 저자는 그림 속 인물의 표정에 호기심을 갖고 일상 속 우리의 삶과 연결해보는 방식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방식이 신선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것 아닐까 싶다. 나도 이제는 작품을 볼 때 다양한 면을 고려하면 감상하게 될 것 같다.


결국 미술에서 사실주의는 그 결과물이 사진처럼 생생하게 묘사된 그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과거부터 사용되어왔던 오래된 묘사의 틀을 거부하고 아티스트 눈으로 본 것을 묘사하겠다는 전통에서 탈피한다는 의미가 강하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여러 사조들을 들여다보면 그들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다양성을 추구한다. 직관적으로 사실주의라고 해서 사물, 인물을 사진처럼 똑같이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방식으로 변화를 이끌고 이러한 흐름이 결국은 다양성, 창의성을 자극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생각이라고 본다. 저자의 표현대로 다양한 것은 다정한 것이므로.


물론 피사체 동의 없이 찍은 길거리 사진들이 모두 그렇게 피사체를 객체화하는 건 아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현상을 미술사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이야기도 등장한다. 예전에는 '몰래 찍은 사진'도 예술로 인정받던 시기가 있었다. 아마 카메라, 핸드폰 등 디지털 문명이 발달하기 전이고 초상권에 대한 인식도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지금은 초상권 개념이 강화되고 개개인의 사생활이 중요해짐에 따라 예술로 인정받았던 '몰카'작품이 이제는 불법 촬영으로 범죄가 되기도 한다. 저자의 말대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21세기 사람들의 기준으로 폄하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에 제약이 생기고 있다. 이렇게 예술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우리 삶과 분리될 수 없다.


그들은 미술계에 일어나는 새로운 바람을 제일 먼저 감지하고 그 풍향을 정확하게 짚어내 정의, 해석한 후 자신의 해석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작품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어 대중과 소통하고, 전시 카탈로그와 책을 발간해서 시간적으로 제한된 전시를 넘어 중요한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자가 직접 역사를 쓰기 전까지 사냥의 역사는 언제나 사냥꾼을 위대하게 묘사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각 문화가 스스로에 대해 직접 묘사하고, 그렇게 이야기한 버전이 서구 백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대체하기 전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그들의 편견이 담긴, 그들이 우월하게 묘사되는 이야기를 읽게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은 생각해보지 못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큐레이터의 역할도, 어떤 이미지도, 편견도, 원래 그런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우리는 작품이나 현상을 바라볼 때 나만의 잣대로 마음대로 해석하고 평가해오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자.


저자는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을 통해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놓치지 말자고 이야기 한다. 평범한 일상도 호기심을 갖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름다움이 보이고 발견할 수 있다고. 이를 즐기지 못한다면 많은 것을 놓치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다. 책을 읽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니 평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것들이 다르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어짜피 살아가야 할 삶이라면 우리 일상에 숨어 있는 예술을 즐기며 살아가보면 어떨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내가 만들어가기 나름이니까 말이다. 미술이 어렵게 느껴지거나, 하나의 시선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각자의 눈으로 세상을 다양하게 바라보고자 하는 분들에게 '도시는 다정한 미술관'을 추천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