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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 어제와 오늘, 그리고 꽤 괜찮을 것 같은 내일
오성은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2월
평점 :

[사진 에세이]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by 오성은
사진에는 찍는 사람의 피사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묻어난다고 하는데요. 이 책의 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책, 기타로 보이는 악기 케이스, LP가 보입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저자의 관심사와 감성 그리고 이 책을 나타내주는 것 같습니다.
저자 오성은은 EP 앨범 <This is my>, 단편영화 <향기> <응시>를 만든 가수이자 영화감독이며 여행 산문집 『바다 소년의 포구 이야기』 『여행의 재료들』, 영화 소리 산문집 『사랑 앞에 두 번 깨어나는』, 앤솔러지 소설집 『미니어처 하우스』를 집필한 작가이기도 합니다. 가수, 영화감독, 소설가, 작가... 저자의 이력만 보아도 풍부한 감성이 느껴집니다.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에도 일상에의 저자의 시선과 애정, 감성이 담긴 사진과 글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문제는 '잘'인지도 모른다.
있어.
잘 있으려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그렇게
있어."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다보면 어느 순간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나'는 없는 삶. 많은 사람들이 '현타'라고 표현하는 것이 오곤 하는데 저자의 이 말이 위로가 되었습니다. 나는 소중하다고. 남들 시선보다는 나를 위하며 살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통증은 인간의 숙명이라는 건 괴로운 일이다.
그래서 사랑이 존재하는 것일까.
사랑은 우리를 우리로 만들어주기도 하니까."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통증'은 고귀한 감정이며 인간의 숙명이라고. 그래서 '사랑'이 존재하는거라고. 장밋빛 인생만 있는 것은 아니기에 쓰라린 통증같은 삶을 치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미워하고 또 사랑하나봅니다.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에는 삶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저자 특유의 표현이 가득합니다. 짧은 글에서 느껴지는 위로가 잠시 생각을 고르게 해주었습니다.

" 나는 온통 너를 잊기 위해 새벽을 쓴다.
그러다 문득 새소리 들려오고,
빛이 창틀에 스며들면,
아직 너를 다 보내지 못했으므로
다음 새벽을 기다린다. "
차갑지만 따뜻한 감성이 느껴져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입니다. 새벽이라는 시간, 너를 다 보내지 못했으므로 다음 새벽을 기다린다는 몽글한 감정. 저자가 어떤 상황에서 이 글을 썼을지 문뜩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 어쩌면 제가 가둬둔 건 당신이 버려둔 당신의 슬픔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당신의 슬픔마저 빼앗거나 훔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잠시 함께 슬퍼하고 싶을 뿐입니다. "
책의 말미 '에필로그' 내용의 일부로,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에는 '혼자'보다는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저자의 따뜻한 위로와 시선이 담겨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줄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으니 감성이 더욱 충만해지는 경험도 했습니다.
세상에는 슬픈 것이 가득하지만 속도를 멈춘 모든 것들은 슬프지만 아름답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이 책을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과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