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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송미경 지음, 김종민 그림 / 모래알(키다리) / 2021년 11월
평점 :

유아 그림책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하얀 바탕에 파스텔톤 일러스트가 눈길을 끄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송미경은 2008년 ≪학교 가기 싫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로 웅진주니어 문학상을, ≪어떤 아이가≫로 한국출판문학상을, ≪돌 씹어 먹는 아이≫로 창원아동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밖에 지은 책으로는 ≪가정 통신문 소동≫, ≪봄날의 곰≫ 등이 있으며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작가 인터뷰 QR코드가 담겨 있어 이 책에 대한 작가님들의 생각, 의도를 전해들을 수 있습니다. 독자들을 위한 친절함이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영하는 할머니 심부름을 다녀오던 길에 작은 개를 만나고 영하는 '보리'라는 이름을 붙여줍니다. 보리는 매일 아침 영하의 집에 와서 해가 지기 전까지 함께 놀았습니다.

"분명 이 개는 내 개야"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지만 옆집 친구들은 이런 저런 말들로 영하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창 밖의 빗소리가 그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 였지요. 그날부터 영하는 보리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보리를 만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영하와 단 둘이 있을 때의 보리는 영하보다 크게 표현이 되어있고, 친구와 함께 있는 보리는 영하보다 작습니다. 이 부분에서 현실에서의 보리는 영하보다 작지만 보리에 대한 영하의 커다란 마음이 보리를 크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단짝은 크기로 판단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어느날 영하는 보리와 놀다가 보리를 꼭 닮은 작은 강아지 두 마리와 낯선 아이를 만납니다. 보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낯선 아이는 보리를 '제롬'이라고 부르며 작은 강아지 두 마리와 함께 사라집니다. 이 때 보리는 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았지만 영하는 가족에게 가도록 고개를 끄덕여줍니다. 영하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보리를 만나지 못하게 된 영하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습니다. 소중한 친구를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되었으니 속상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영하의 이런 마음을 헤아린 할머니께서는 할머니가 어릴 적 기르던 토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날 밤 영하는 어린 할머니와 토끼, 보리와 함께 뛰어오는 꿈을 꿉니다. 일러스트에서 느껴지다시피 밝고 행복한 꿈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영하는 할머니도 나와 같은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은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후 영하는 옆집 수수와 모모와 어울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영하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친구들과는 더 이상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직 공감능력이 부족한 시기의 아이들이기 때문에 영하의 속마음을 100% 헤아리지 못하고 한 말일 수도 있지만 영하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장면에서 성인이 된 지금 우리도 누군가를 위로한다고 상대방의 마음은 읽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괜찮다"고 말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보리가 짖는 소리가 들리고 밖으로 나가보니 그 아이와 함께 보리가 서 있었습니다. 이사를 가게 되어 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영하는 보리를 꼭 끌어안고 인사를 나눕니다. 보리가 탄 차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영하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그런데 아주 작고 하얀 것이 깜빡이며 달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이 후 이야기는 열린 결말로 끝을 맺습니다. 독자들이 상상에 맡기는 결말이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과연 영하와 보리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부디 해피엔딩이기를 바랍니다.
어렸을 때 누구나 인형, 이불, 친구, 반려동물... 등 온 마음을 다해 좋아하는 것들이 있었을 겁니다. 그 때는 없으면 큰 일이 날 것 같았는데 성인이 된 지금은 모두 추억이 되었지요. 그림책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는 그 때를 생각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영하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서 함께 하는 순간은 행복함으로 가득하지만 헤어지는 순간이 오면 온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지요. 이러한 경험이 행복과 슬픔, 이별 등 다양한 감정을 알게 하고, 마음이 튼튼한 아이로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습니다.
깔끔한 서체와 파스텔톤의 아기자기한 일러스트가 마음을 더 몽글몽글하게 해주는 '영하에게는 작은 개가 있어요' 그림책입니다. 아이에게 다양한 감정과 이별이 슬픈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분, 어렸을 적 내가 좋아하던 것에 대해 추억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