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 the lovers - 불순한, 혹은 지순한 그들의 매혹적인 스캔들
정명섭.박지선 지음 / 청아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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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라는 말은 참으로 달콤하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서 서로 사랑하는 사이,

그들이 만나 서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

그 관계를 단 두 글자가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책의 연인들은 달콤함 보다는 살벌함 쪽이 어울린다.

그리고 그닥 떳떳하지 못한 연인사이이다. 어떤 이야기일까.

 

살벌함이라고 표현한 까닭은, 마냥 사랑만으로 이들을 설명하기엔 그들이 살던 시대와 그들의 환경이 너무나 복잡했기 때문이다.

배우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막강한 권력에 의지한채 사랑 보다는 탐욕에 가까운 선택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왕가나 귀족의 피를 가지고 태어나 정치적인 이유로 자신의 의사는 무시된 채 정략 결혼을 한 이들도 많았다.

그렇게 애정없이 이루어진 결혼생활은  순탄했을리가 없다. 실패한 결혼은 결국 외도로 이어지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그들이 예상치 못했던 결과를 낳기도 했다.

어쩌면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 다루어졌던 문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현대 사회의 남녀간에도 그런 일은 심심찮게 일어난다.

그렇게 흔한 이야기가 책으로까지 다루어진 이유는, 책속의 인물들이 그저 과거속의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세계역사를 바꾸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던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달콤살벌한 연인들 덕분에 역사의 방향이 바뀐 경우도 있었다.

또한 한순간의 잘못된, 또는 어쩔수 없는 선택으로  피와 죽음이 뒤따르기도 했다.

만약 시시한 치정 사건으로 끝나버렸다면, 사람들의 기억속에서 지워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은 그렇게 잊혀지기엔  역사속에서 너무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람들이기에,

이렇게 오늘날까지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다.

 

책 속에는 헨리8세, 엘리자베스 1세, 메리 스튜어트 등 중세에서부터

에바 페론, 다이애나 왕세자비 등 근 현대의 시기로 넘어오기까지

파란만장했던 그 또는 그녀들의 삶 속에서 빼놓을수 없었던 사건, 즉 스캔들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비록 살벌하기는 하지만 '대단한' 그들도 결국 사랑에 흔들리고, 서로를 배신하고, 미워하고, 타락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느 인간 군상과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막대한 권력 앞에서도 삶을 흔들리게 하는게 사랑이었고,

그렇게 대단한 사랑 앞에서도 사랑을 배신하게 하는건 권력욕과 소유욕 때문인것을 보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결코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았던 그들이 죽어서까지 이렇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걸 보면

그 대단한 권력과 지위라는 것도  좋은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소 자극적인 주제 답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역사에, 특히 세계사에 백지상태였던 내게 호기심을 일으켜주었다.

소설과 에세이, 한국역사가 대부분이었던 내 책장에 꽂힌 첫 세계사 책이라 더욱 의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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