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자오선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로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에 이어 세번째로 읽은 코맥 매카시의 소설이다.

 

처음 이 책의 출간사실을 알았을 때 읽고싶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망설여지는 부분도 있었다.

코맥매카시 작품의 음울하고 냉철한 분위기와 너무나 사실적인 묘사, 그리고 특유의 문체가 부담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코맥 매카시의 작품에 관심이 가는건 어쩔수가 없었다.

이번엔 또 얼마나 당황하게 만들어줄지, 읽기 전부터 긴장하게 만들었던 책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1850년대, 미국과 멕시코의 영토분쟁에서 미국의 승리로 국경선이 그어진 직후이다.

국경선은 그어졌지만 어느나라의 역사에서나 그렇듯이 영토문제로 맣은 문제가 일어났던모양이다.

특히 미국의 불법 군대들은 국경선이 정해진 후에도 여전히 멕시코의 땅을 요구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는데,

그당시 멕시코는 밖으로는 미국과의 국경문제로, 안으로는 인디언의 반란으로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이에 멕시코 정부는 미국의 용병을 고용하여 인디언의 머리가죽을 벗겨오면 그것으로 값을 쳐주어 반란을 잠재우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용병들은 반란을 일으킨 인디언 대신 평범한 인디언이나 멕시코인까지 죽여 머리가죽을 벗기고는 정부의 돈을 노리곤했다고한다.

비록 소설이지만 끔찍하게도 과거에 실제로 있었던 일이며, 코맥 매카시는 이 소설을 집필하기위해 여러 사료를 토대로 하였고

이 책의 등장인물인 그린목사, 글랜턴, 화이트대위, 홀든 판사까지도 실존했던 인물이었다고한다.

 

전쟁이 일어나면 강간, 강도, 살인 등의 범죄는 더이상 범죄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다.

어떻게든 목숨을 이어가는 것만이 유일한 삶의 목표이기 때문일것이다.

소설속의 소년도 마찬가지다.

혼란스러운 시대의 미국에서 태어나 떠돌이 생활을 하게되고,

살기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심지어는 살인도 저지르게 되면서

우연히 그리고 자연스럽게 '인디언 머리가죽 사냥'을하는 글랜턴대위의 군대에 합류하게 된다.

군대에 소속된 소년은 그들과 함께 끔찍한 살육을 저지르게 되는데,

그들에게 살인은 더이상 끔찍한 일이 아닌 생존을 위해 벌이는 하나의 수단이다.

아니,생존이라는 목적 조차도없는 광기의 파티일 뿐이다. 

무의식속에 벌이는 살인은 잔혹한 인디언이 아닌 평범한 인디언, 멕시코인, 여행자들에게까지 이어진다.

그들의 잔혹한 살인행각은 한 인디언 부족의 습격으로 군대의 대부분이 살해되면서 겨우 멈추게 되는데,

30여년후 소년과 판사가 다시 만나게 되면서 소설의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진다.

 

마지막장을 덮고난 후 한가지 발견한게 있다면, 코맥 매카시는 선과 악의 대립 구도를 소설속에 넣지 않는다는것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권선징악'이나 도덕과 정의 , 그리고 죄악 의 뚜렷한 선이 없다.

이 책의 초반부에서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소년도 결코 선을 대표하고있지는않다.

그도 어린나이때부터 살인에 눈을 떴고, 글랜턴 대위의 군대에 소속되어 살육에 참여하기때문이다.

어쩌면 매카시의 이런 방식이 독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것같다. 익숙한 장면이 아니기때문에.

하지만 "죽음만이 세상의 유일한 진실이다"라고 말하는 매카시는 어쩌면  바로 그것이 이 세상의 진짜 모습이라고 주장하고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전쟁이 일어나는 세계 곳곳에는 그런일이 수도없이 일어나고있다.

' 도덕의 법은 약자를 위해 강자의 특권을 빼앗으려고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다' 라고 말하는 판사가 말한것처럼,

우리는 우리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놓은 도덕이라는 법 아래에 우리의 본모습을 숨기고있는건지도 모른다.

매카시의 의도를 지금도 정확하게 알기가 어렵기에, 나중에 다시 용기가 생기면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상했던것보다 훨씬 더 잔혹하고 무서운 장면들이 끝도없이 이어진다.

읽으려면 강심장이 필요하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대체 이런 장면을 어떻게 화면으로 보여줄것인지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책도 겨우 읽었는데, 영화는 보고싶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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