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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역사 1
힐러리 로댐 클린턴 지음, 김석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힐러리 자서전은 좀 특별하다. 다른 정치인이 출간하는 조잡한 자서전과는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 세인들이 지금까지 오해하고 있던 것들, 잘 모르던 것들에서부터 궁금해하던 것들까지 이 책은 힐러리, 그리고 그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 '숨김없이' 많은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점에서 우리가 알고싶어하지 않는 것을 설명하려고 노력하는 여타 정치인들의 자서전과는 달리 계속 읽고 싶어진다)
이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도 이런 것이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선거전마다 내놓는 수종의 자서전의 열악함. 우리도 선거용이 아닌 진짜 문학으로서 자신의 정견과 인생을 풀어놓은 그러한 자서전(물론 힐러리도 그랬겠지만 정치인 자신이 직접 쓰라고 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이 있었으면 좋겠다. 힐러리 자서전을 읽기 전이라면 다음과 같은 세가지 주안점을 머릿속에 둔다면 책을 이해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기가 훨씬 용이할 것이다.
첫번째, 클링턴과 힐러리의 개인적인 삶. 클링턴과 힐러리의 부모들이 극히 평범한 미국의 중하층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자신도 이책을 읽으면서 클링턴과 힐러리 모두가 풍족하지 않는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만들어 왔다는 사실에 대해 놀랐다. 여러번 결혼한 어머니, 내세울 것 없는 동생을 가진 클링턴의 가족은 그의 정치적 인생에 도움될 것이 전혀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의 가족과 함께 단상에 오르는 클링턴의 모습을 보면 집안의 문제가 정치인 개인의 잘못으로 치부되는 우리의 정치현실이 자꾸만 머리에 떠오른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르윈스키스캔들. 남편의 부정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여자의 내면에는 어떤 감정이 숨겨져있을까하는 순수하지 못한 호기심을 이책은 부족하지만 어느정도 해결시켜준다. (2권의 뒷부분에 있으므로 관심있는 사람은 그곳부터 보기를 바란다. 하지만 대단한 것은 없다.) 물론 대범해보이는 그녀의 행동에 정치적인 의도가 숨겨져 있기는 하겠지만 인간인 이상 믿음을 저버린 반려자를 다시 믿는다는 것을 것을 60억 세계인구에게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그녀의 고뇌를 행간마다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 8년간의 클링턴 행정부에 대한 백악관의 입장(미국 현대 정치사 관련) 이책에서 나는 8년간의 민주당 클링턴 행정부에 대한 내부적인 평가를 읽을 수 있었다. 대외적으로는 중동문제 및 유고폭격, 아일랜드 평화협상 등의 굵직굵직한 사건들, 그리고 대내적으로는 워터게이트와 특별검사와의 정쟁, 경기부양책 등의 경제정책, 의료보장과 인종문제에 대한 접근 등 20세기 말 클링턴 집권시의 미국을 움직인 사람들이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물론 이책은 전반적으로 클링턴 행정부의 당시 판단들에 대해 나름대로의 상황근거들을 제시하면서 행정부를 정당화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객관적이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그래서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미국현대사에 대한 다른 자료들과 비교하면서 이책을 읽었다.)
세 번째, 정치인이로서의 힐러리 개인의 정견과 가치관. 전반적으로는 클링턴 그리고 민주당 중도파의 입장과 같다고 보이지만 여성, 의료, 빈민등 사회적인 약자에 대한 힐러리의 확고한 신념이 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그리고 강조하려고 애쓴 흔적도 보인다.) 행정부속에서 다양한 정책들이 충돌하고 이익집단의 로비가 횡횡한 가운데에서도 줄기차게 의료개혁과 양성평등정책을 입안하고 의회를 통과시키기 위해 헌신했던 힐러리의 모습은 과장이 포함되었다 하더라도 그녀를 퍼스트레이디가 아니라 미국을 이끌어가는 정치인의 한사람으로 부각시켜준다.
이책을 읽은지 얼마 안되서 이책과 관련지어 읽어봄직한 두 개의 책이 나왔는데 하나는 힐러리에 대해 타인이 쓴 비판서이고 또하나는 올브라이트의 자서전이다. 앞의 책에는 힐러리의 반유대적 편견과 포스터와의 스캔들등 힐러리가 감추고 싶어했던, 그래서 자서전에는 포함되어있지 않은 내용이 나와있고, 뒤책에는 행정부를 이끈 또한명의 여성인 올브라이트의 평가가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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