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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가재가 노래하는 곳 Where the Crawdads Sing』
델리아 오언스 Delia Owens
우리 영혼의 습지

‘아, 이런게 문학이구나...’, '문학적. 문학적. 문학적...' 문학 알못인 내게 마음 속에서 조용히 터져나오던 감탄들이었다.
습하다. 글의 배경도 습하고, 글도 습하다. 책의 첫 챕터부터 난 충분히 젖어들고 있었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지리적 습지에 젖어드는 듯한 기분도 들지만, 본질적으로 글이 독자를 빨아들이는 문학성, 문학적인 습지에 젖어든다.

카야의 판자집. 어쩌면 우리 모두의 눅눅함.
슬프다. 풍요롭지만 빈곤한 도시의 삶과 빈곤함 안에 풍요로움이 있는 습지의 삶은 다르지 않다. 군중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사는 현대인들의 마음에도 저마다 마음의 습지가 있다. 처음에는 슬픔이 습지의 안개처럼 스며들다가 점점 온 몸에 그득그득 차오른다.
맨발로 갯벌을 꾸욱- 밟으면 갯벌을 또르르 기어다니는 게들이 쏙 숨어있는, 작은 구멍에서 바닷물이 차오르듯이 이 소설이 내 몽글몽글한 슬픔들을 꾸욱- 밟는다. 주인공 '카야'의 외로움과 슬픔은 꽉 막힌 채 터져나오지 못하고 고여있다. 그렇게 어린 소녀의 아픔과 슬픔은 담담히 팽창한다.

번역자에 따르면 델리아 오언스는 이 책이 “‘외로움’에 관한 책”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확실히 외로움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외로움이라는 깊고 깊은 캄캄한 늪을 품고 있지만, 습지대 안에는 무섭고 어두컴컴한 늪 뿐 아니라 살아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있듯이 이 소설이 이야기하는 소재들도 다채롭다. 사랑, 미스테리, 성장이야기 등의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빛에 반사되는 갯벌의 빛처럼 표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빛깔을 나에게, 나의 삶에 반사한다.
작가가 본질적으로 외로움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작가의 경험과 세계관이 그러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오언스가 무엇을, 그리고 어디까지를 의도했든, 이 이야기는 긴 그의 의도를, 심지어 작가 자신을 부드럽게, 유유히 뛰어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글에서 묘사했듯 다리가 긴 새들이 우아하게 습지대를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말이다. "애초에 비행이 존재의 목적이 아니라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