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닐 수도, 떠날 수도 없을 때 - 내면적 자기퇴직 증후군에 걸린 직장인 마음 처방전
박태현 지음, 조자까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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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을 보는 순간 '이거 내 얘기잖아'라며 무릎을 탁 쳤다.

저자는 첫 장 부터 회사를 다닐 수도, 떠날 수도 없는 좀비같은 직장인들의 상태를 아래와 같이 진단한다.

[내면적 자기 퇴직 증후군]


우선은 이러한 상태를 꽤 오랫동안 겪어본 사람으로서 이렇게 명확한 진단명이 있었다는 것에 놀랐고 다음에는 이런 진단명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 증후군을 경험한다는 것에 더 놀랐다.

이 책의 주인공인 희석이 겪고 있는 상황 - 즐겁고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레 바뀐 업무 환경으로 모든 상황이 180도 바뀌고 더 이상 회사를 다니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당장 그만둘 수도 없는 - 은 나에게도 굉장히 익숙한 전개다. 특히 회사 생활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좋지 않은 상사와의 관계인데 희석도 같은 경험을 하고 힘겨워 한다.


이직에 대한 생각이 굴뚝 같을 때마다 회사원들끼리 흔히 이 것을 예로 들며 그 욕망을 잠재우곤 한다. 바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이다. 어딜 가나 다른 형태, 다른 모습의 그들이 존재한다. 경중이 다를 수는 있으나 그들은 어디에나 있다. 그렇기에 가능하면 있던 곳에서 익숙한 그들을 대응하는 것이 새로운 곳에서 무방비 상태로 그들과 맞서는 것 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자꾸만 꾸물꾸물 피어오르는 이직에 대한 생각을 꿀꺽 삼켜버리게 되는 것이다. 나는 당시 나의 상태가 무엇인지도 몰랐고 따라서 어떻게 해결할 지도 몰랐다. 그냥 혼자 속으로만 앓다가 얼굴이 마비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적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큰 스트레스 였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다행히도 희석에게는 우연찮은 기회에 멘토가 생긴다.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가면 되듯이 자신이 겪고 있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모를 때는 그 길을 걸어본 멘토에게서 직접 관련된 경험을 듣고 그가 제시해주는 솔루션을 실행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일 것이다.


멘토는 희석에게 네 가지 인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뜬금없어 보이는 이 전개에 납득이 갔던 건 당나귀, 개, 닭, 고양이 모두 내가 회사에서 원하는 것들을 상징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나귀=존중, 개=인정, 닭=원하는 일, 고양이=성장]


그래 맞다. 존중. 우리 모두는 직급, 경력, 학력과 상관없이 한 사람의 구성원으로서 존중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해도 이제껏 회사가 날 존중해주었냐는 물음에 자신있게 답하기 힘들다. 나의 경우엔 현재 회사에서 운이 좋게도 좋은 상사를 만나 그래도 나름 존중받으며 일해왔다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회사에서 인정받는 것 만큼 기분좋은 일도 없을 것이다. 공식적인 인정은 언제나 승진이나 보너스와 같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이 따라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경우엔 그런 보답보다 상사의 말 한 마디가 더 중요했다. 혹자는 월급 받으며 한 일에 대해 뭐 그리 공치사가 필요하냐고 하겠지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일도 모두 사람이 하는 것이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잘한 것에 대한 칭찬과 인정 이라고 생각한다.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건 직원 뿐 만 아니라 회사에도 분명 이익이 되는 일이다.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듯이 적재적소에 가장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고 원하는 사람을 배치하는 건 회사의 생산력 뿐만 아니라 직원 개개인의 역량도 끌어올 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서로 존중하고 잘한 것에 대해 칭찬해주고 원하는 일을 잘 해낼 수 있게 해준다면 성장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회사를 떠나야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판단할 때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 바로 '성장' 이었다. 내가 이 곳에서 더 배울 것이 있는가, 아니면 계속 회사와 함께 하향 평준화가 될 것인가를 기준으로 이직의 시기를 저울질 했었다.


희석은 멘토의 인도에 따라 차근차근 자신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찾아낸다. 이 부분에서 나도 몰입이 많이 되었다. 이 전 회사에서 얼굴이 마비될 만큼 큰 스트레스를 준 상사가 있었다. 그 사람이 죽을만큼 싫었고 그 때문에 아침마다 회사에 가는 것이 꼭 도살장에 끌려 가는 소 같다고 느꼈다. 그 당시에는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그 사람을 나도 같은 이유로 싫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고 그가 변하기 전 까지는 해결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희석은 다른 방법을 찾아낸다.

'좋아하지는 않되 (neither like) 싫어하지도 않는 것이다. (nor hate)'


희석도 그가 변차장을 싫어하니 당연히 그도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일까? 그 물음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없었다. 결국 좋아할 필요도 없지만 싫어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희석은 자신이 먼저 변차장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도 결국엔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생활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인간관계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준 파트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도, 내가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도 없다. 흔히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그만 이라고 말들 하지만 희석의 멘토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절이 싫어 중이 떠나는 것이 아닙니다. 주지스님이 힘들어서 떠나는 것이지요."


그래, 내가 먼저 변해보자. 내가 먼저 인사해보자. 내가 먼저 다가가서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지는 않더라도 싫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면 상대방이 누구든 손해볼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최소 9시간 이상을 보낸다. 출, 퇴근시간까지 합치면 거의 하루의 절반을, 즉 인생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낸다. 그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가족들 보다 더 오래 얼굴을 봐야 하는 사람들이며 생계를 떠나 일터에서 인정받고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성장하는 것은 그것이 누구의 인생이든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론적으로 내가 회사에서 행복해야 내 인생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평생 일을 안 할 것이 아니라면 어디서든 일로 만나는 관계들이 영원히 존재할 거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나의 행복을 좌지우지 할 거다.

그러니 혹여 자신이 '내면적 자기 퇴직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나의 행복을 위해 내가 먼저 변화해보자. 세상에 그렇게 나쁜 사람은 드물다.


나를 포함한 모든 직장인이 행복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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