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사과 하나 - 사랑과 거식증 치유의 기록
엠마 울프 지음, 이은선 옮김 / 새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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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식증이라는 생소한 병명이 이렇게 무서운 것인줄 엠마 울프의 '하루에 사과 하나'를 접하기 전까진 전혀 알지 못했다. 서른 두살의 엠마 울프는 거식증을 앓고 있는 환자였다. 이 생소한 병을 제외하면 그녀의 삶은 완벽에 가깝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기획 편집자로 10년이 넘게 일을 했으며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가지고 있고 여행 작가인 남자 친구 톰과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삶을 누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거식증이라는 그 무서운 병을 앓고 있는 그녀가 이토록 정상인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하루에 한끼만 굶어도, 약간의 허기가 느껴지기가 무섭게 무기력해지고 짜증이나는 내겐 너무나도 먼 얘기였기 때문이다.


엠마는 14년째 허기와 싸우며 살아왔다. 친구들과 동료들과 남자친구와 식사를 하면서 즐길수도 없었고 어머니의 케잌을 먹어보지도 못한다. '하루에 사과 하나' 제목만 접한다면 대부분은 '하루에 사과 하나면 의사를 멀리한다'라는 영국 속담을 떠올릴 것이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은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에 사과 하나를 권장하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거식증을 앓고 있는 엠마 울프가 하루에 사과 하나만 먹으니 말이다.  
 
19살에 사랑했던 남자친구 로렌스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이후로 그녀는 거식증을 앓게 된다. 이후 14년동안이나 제대로된 식사.. 아니 곡기를 끊은채 '허기'와 싸우며 지낸다. 167.5cm의 키, 35kg의 몸무게의 거식증 환자. 엠마. 그녀는 왜 자신이 거식증이란 병을 앓게 되었고 이를 통해 늘 따라오는 타인들의 따가운 시선들과 제대로 잠을 자기도 어렵고 조금만 부딪혀도 멍투성이가 되어 버리는 처절한 그녀의 경험들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먹는 걸 피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배 안 고파요" 아니면 "나중에 먹을게요"라고 하는 것. 이보다 좀 더 세련된 방법으로 그녀는 오렌지 씨가 너무 많고 조금 시고,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이 너무 두꺼워서 껍질을 벗길 수가 없고, 사과는 그래니스미스인데다가 나는 통째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잘라놓았고, 바나나는 너무 파랬기 때문이라고... 온갖 핑계를 대는 것. 



하지만 이제 그녀는 결심한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는 사랑하는 가족, 남자친구 톰을 위해 거식증과 맞서 싸우기로!  
 
"..... 향후 1년에 걸쳐 거식증을 극복하겠다는 내 인생 최대의 도전과제를 설정한 것이다. .....건강한 수준까지 체중을 늘려 임신을 할 수 있는 몸으로 되돌아갈 것이다.(다시 월경이 시작되면 당황하지 않고 자축할 것이다."
그녀의 노력으로 다시 월경이 시작되었지만 엠마는 이를 가리켜 거식증의 종결을 알리는 육체적인 증거이기는 해도 정신적인 치유는 아직도 진행중이라고 표현한다. 
그녀는 그냥 정상인이 되고 싶은 것이다.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고 그냥 건강하고 적극적이며 아무 문제 없는 사람. 먹는 데도 아무 문제 없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아무 문제 없고, 사랑을 받는 데도 아무 문제 없는 사람. 

 

 

거식증을 극복해 나가는 엠마의 눈물겨운 사투가 그녀와 같은 고통을 받고 절망속에 갇혀있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안겨줄 것으로 믿는다. 숨기고 싶었을지 모를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기까지는 아마도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이 책은 거식증 환자의 솔직한 치유기인 동시에 그녀의 사랑과 삶에 대한 이야기다.   

 

 

 

 

p. 23

지금까지 허송세월한 시간, 혼자 보낸 저녁시간, 사이가 멀어진 친구, 여럿이서 음식을 먹을 때 왁자지껄하고 즐거운 분위기, 그동안 피해왔던 남들과의 식사를 생각하면 미칠 듯이 슬퍼진다.

 

p. 98

나의 거식증은 엄청난 실연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됐다. 당시 나는 열아홉 살이었고, 그때부터 줄곧 난 자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중략) 사랑과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이 미묘한 과정. 사람들은 예민하게 받아들일 일이 아니라고 한다.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라고 한다. 말도 안되는 소리. 진지하게 만난 사이였다면 어떻게 예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떤 사람이 나와 사랑에 빠져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내 몸과 마음에 젖어들고, 함께 목욕을 하고, 내 옆에서 잠을 자고, 내 살결과 땀과 눈물을 맛보다 "당신은 나랑 안맞아"라고 하는데, 사귀던 사람과 헤어지면 탓할 사람이 나 말고는 없지 않겠는가.

 

p155

톰이 거식증을 극복해주기 바라는 이유는 내가 약해 보여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왜 그걸 받아들이지 못할까? 다른 누군가를 내 마음속에 들이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울까? 그러면 왜 통제력을 잃는 것처럼 느껴질까? 그리고 설령 잘못 만든 음식이 나왔다 한들 나는 왜 그걸 그냥 먹지 못하는 걸까?

 

- 본문 중에서-

 

 
 

하루에 사과 하나

작가
엠마 울프
출판
새움
발매
201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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