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여행하다 ...
공간을 통해 삶을 읽는 사람 여행 책
조금은 특별한 여행의 기록이다. 건축가의 눈으로 보는 여행기인지라 건축물(집) 중심의 사실적 묘사일것이라는 선입견으로 책을 펼쳤었던 것 같다. 예상과는 달리 이 책은 사람냄새가 물씬난다. 책을 보는 내내 배낭여행하면서 낯선 환경과 사람들을 만나며 설레었던 추억을 함께 떠올릴 수 있어 좋았다.
표지에는 작가가 여행하면서 만난 다양한 집의 문을 촬영한 사진이 촘촘히 장식하고 있다. 작가가 만난 집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그런 것처럼 그 집의 문들도 개성있어 보인다. 감성적인 컨텐츠도 눈길을 끈다. 누군가의 집으로 써내려 가기보다는 그곳에는 받는 느낌이 테마가 된다.

책을 보는 내내 머리에 멤도는 것은 그동안 집에 대한 생각이다. 대한민국에서 사는 우리는 과연 집에 대한 생각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타인의 생각이 사뭇 궁금해진다.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머무는 것! 그게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다.
이 책을 만나는 동안에는 바쁜 일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에서 잠시 떠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나 느낄수 있는 신선한 냄새가 나는것 같았고 나 또한 여행 당시 느꼈었던 소중한 떨림을 되새김질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소중했다. 어떤 대목에선 작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동요되어 빠져들기도 했으니 말이다.
집은 그곳에 사는 주인을 꼭 닮는다. 맞는 말이다. 그곳에 사는 사람의 취향과 냄새가 고스란히 담기니 말이다. 문득 주변을 돌아봤다. 거실, 침실, 책장, 부엌 ...내가 머물고 있는 내 집은 또 다른 나의 모습인지.
작가는 집을. 집을 여행하기 위해 여행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들이 주는 뜻밖의 기회를 그들의 집에서 함께 여행한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 추억을 공유한다.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관계가 얕지 않은 것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함께 하기때문이 아닐까.
유명인을 만나는 여행도, 관광객들이 북적대는 인기 장소가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인 집이 여행의 대상이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 편안하고 특별한 여행이다. 집을 여행한다는 것은 단순한 건축물 답사가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의 삶을 잠시 같이 살아보는 것이고 그 사람을 제대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내가 사는 공간에는 어떤 방식으로 나의 삶의 궤적들이 쌓여가는지 새삼 궁금해진다. 이 책이 마지막 한장을 덮을때까지 마음 훈훈해지는 까닭은 집을 보는 새로운 눈을 주는 동시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음을 열고 안아주는 방법까지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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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175
여행을 하면서 배우게 되는 것은 다르게 생각하는 법이다. 진리는 하나뿐이라고 배우는 좁은 사회에 갇혀 살다 길을 나서면 모든 사람이 각자 다른 생각을 갖고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조금은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갖기도 하고 나에게 맞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갈 힘을 얻기도 한다.
p. 244
때로 한 인간의 고독을 또 하나의 인간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외로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독은 그 스스로 네거티브한 것이 아니다. 종종 그것은 우리가 삶의 핵심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곤 한다. 다만 우리 마음 한편에는 때로 그 고독함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일 뿐이다. 피터가 나로 인해 이 세상 속에서 비로소 집에 있는 것같이 느꼈다면, 그것은 아마도 내가 잠시나마 그의 고독을 보고 그것을 이해해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p.355
나는 이 모든 경험들의 총제다. 나는 피와 살로 이루어진 몸에 사랑과 우정으로 빚어진 영혼을 싣고 이 지구 위의 수많은 생을, 낯선 길을, 그저. 산다.
p. 361
집에 대한 관심을 곧 사람에 대한 궁금함이고, 그것은 결국 어떻게 살 것인가 하는 삶의 방식에 대한 탐구입니다. 이 들은 그 호기심을 따라가는 길 위에서 쓰여졌습니다. 이것은 놀이이자 일이기도 했고, 미지의 당신과 나누는 대화이기도 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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