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필 - 2016년 제61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김채원 외 지음 / 현대문학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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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은 올해로 제 61회를 맞이할 정도로 그 유서가 깊은 문학상이다. 몇 해 전에 그간의 대상작들만을 추린 현대문학상 수상작품집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올해의 수상작품인 김채원 작가의 '베를린 필'은 그 옛날 1956-1970의 기간에 대상을 탄 작품집에 섞여 있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듯 하다. 그만큼 근대문학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는 얘기.


김채원이라는 작가는 이번에 처음 접하는 것 같다. 뭐 과거에 타 작품을 통해 읽은 적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그다지 기억에 남지는 않는 걸 보니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작가임에 분명하다. 책날개에 씌워진 작가소개를 보니 1946년생. 과연 관심있어하기엔 좀 나이가 많은 작가가 아닌가 싶다.


일단, 수상작인 '베를린 필'은 굉장히 재미가 없었다. 뭐 이런 작품을 대상으로 주나, 하는 생각은 매 해마다 든 생각이지만 이번에도 어김이 없다. 차라리, 수상작가 자선작으로 실린 '초록빛 모자'가 훨씬 읽는 재미가 있었다. 해당 작품 역시 수십년 전에 써진 작품들의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어쩐지 흡사 이상의 작품을 읽는 듯 불가해한 마력이 담겨있는 듯 하다.


그외 수상후보작들 중에서, 기존의 책을 통해 읽어본 작품이 무려 세 작품이나 되었다. 좋은 작품을 알아보는 것은 타 문학상인들 별반 다름이 없는 것일까. 먼저 손보미 작가의 '임시교사'. 벌써 세 번째로 마주치는 것 같은데, 작가의 우아하고 세련된 필체가 매력적인 단편이다. 둘째로는 이기호 작가의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 이 작품은 2015 황순원문학상 수상작품집 후기에서도 밝혔듯, 집단의 이기심이 폭로되며 대중이라는 허상의 실체를 낱낱이 드러내는 반전의 매력이 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로 조해진 작가의 '사물과의 작별'이라는 작품. 처음 읽었을 땐 좀 지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제법 등장인물의 관계 설정이라던가 서사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치밀하게 설정된, 잘 짜여진 수작이라는 생각이다.


그 외 수록작품 중에서는 권여선 작가의 '삼인행'이 기억에 남는다. 설악산과 속초에 관한 개인적인 추억이 있어서인지 소설 내 언급되는 지명이라든가 위치가 머릿속에 자연스레 그려져 흥미가 더했다. 두 커플 간의 기묘한 여행을 통해 서로 본심 속에 숨겨두었던 지긋지긋함을 들키는 과정이 제법 흥미롭다.


역대 수상작가 최근작으로 세 작품이 실려있는데, 그 중 하나는 무려 2016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김경욱 작가의 '천국의 문'도 실려있다. 본의아니게 이상문학상 대상이 아닌, 현대문학상의 역대 수상작가 최근작으로 먼저 읽어보게 된 셈인데 솔직히 재미는 없다. 이게 왜 대상일까 하는 의문만 더했다.


편혜영 작가의 '자매들'이라는 소설은 편혜영 특유의 매력이 잘 드러난 듯 하여 즐거웠다. 작년 말에 읽었던 그녀의 장편 '선의 법칙'으로 굉장한 실망을 한 터였는데, 역시 단편에서는 실력발휘를 제대로 한 것 같다. 다시 그녀를 믿고 읽어도 될 것 같다. 14살이나 어린 터울의 자매가 결말에 이르러서야 과대망상인 듯한 묘사로 독자를 혼란속으로 빠뜨리는 것이, 참으로 편혜영스러우면서도 즐거운 당혹감을 맛보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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