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2
헤르만 헤세 지음, 한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헤르만 헤세의 작품을 처음 읽은 것은 '정원 일의 즐거움(이레 출판사, 2001)'이라는 산문집이었다. 딱히 헤세의 작품을 읽어야 했던 것은 아니고, 그저 집에 있는 책들 중에서 헤세의 작품이라길래 집어든 것일 뿐이었다.

헤르만 헤세를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역시 '데미안(민음사)' 때문이었다. 모두들 그랬듯이, 나 역시도 이 작품에 커다란 감동을 받았고 마음 속 무언가가 꿈틀거리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언젠가는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야지 생각해왔더랬다.

그리고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부끄럽지만 이제서야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문학동네)'를 읽는다.

"예민한 영혼을 뒤흔드는 작품"이란 설명대로, 본 작품은 사춘기 청소년의 남모를 방황과 고민, 그리고 일탈 등을 그려낸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흡사 '호밀밭의 파수꾼'이 그러하듯, 청소년기에 읽으면 더 좋았을 법한 작품이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읽어도 그 감동이 덜한 것은 아니다. '수레바퀴 아래서'는 지금에 와서야 나에게 읽을 '때'임을 정해준 듯 하다.

소설 속 주인공인 '한스 기벤라트'는 이제 막 소년의 모습을 벗어나려하는 십대 청소년이다. 그는 조그마한 중소도시의 보잘 것 없는 집에서 태어나 그저 그런 삶을 살다 가는 여러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자라왔다. 소년은 아버지를 비롯하여, 학교 선생님, 마을 목사 및 동네 아저씨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려 노력하는 착한 학생이지만, 그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은 심하게 가지게 되어 자기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한 채 남들의 기대치에만 부응하려는 어긋난 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유년 시절 그를 기쁘게 했던 자연의 아름다움만이 그의 내면 속 큰 즐거움일 따름이다.

작품에는 소년의 삶을 뒤흔든 인물로 두 명의 또래 친구가 등장한다. 한 명은 주 시험 합격 후 마울브롬 신학교에서 만난 친구 '하일너'이고, 다른 한 명은 구둣방 주인 플라이크 씨의 조카딸 '에마'이다.

친구 하일너와의 우정을 그린 신학교 생활 장면들은 흡사 '데미안'을 보는 듯 소년의 우정이 얼마나 중요하고 아름다운지를 묘사했다. 조금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두 소년의 우정은 감상적인 면이 있었는데, 그 나이 또래에서는 오직 우정만이 전부였던 시절을 회상케 하며 부조리한 학교 생활과 또래와의 긴장감있는 관계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조금은 당돌한 소녀 '에마'와의 짧은 만남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이제 막 사랑에 눈뜨기 시작한 소년의 터질것 같은 가슴과 사랑에의 타오르는 듯한 목마름을 감각적으로 묘사해냈다. 읽다가 괜히 나까지 흐믓하게 미소짓기도 하고 얼굴을 붉히듯 발정이 나기도 했다. 무릇 소년의 첫사랑이란 어찌할 수가 없는 노릇이다. 내가 남자라서 그런지 굉장히 인상깊었다.

다소 파격적인 결말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이런 건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애틋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이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 역시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으로 기억될 듯 하다.

'유리알 유희'를 읽게 될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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