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모리슨이 부재한 도어스의 음악이란, 대체 어떠한 것일까? 여기 두 장의 정규앨범이 바로 그 궁금증에 대한 대답이다. 예전에 한참 도어스의
음악을 듣던 때, 짐 모리슨이 사망한 이후 레이 만자렉과 나머지 멤버들이 어떠한 활동을 했었는지 꽤나 궁금해했던 적이 있었다. 검색을 통해
비교적 쉽게 두 장의 정규앨범을 더 발표했다는 정보를 찾을 수 있었는데, 정작 음악을 찾아듣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모리슨이 없는 도어스는
도어스라 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난 이제서야 라이노의 리이슈를 통해 도어스의 마지막 음악을 듣게 되었다.
먼저, 짐 모리스 사후 첫 번째 앨범인 Other Voices. 본작은 L.A. Woman(1970)이 발표된지 불과 1년 뒤에 릴리즈된
앨범으로 짐 모리슨이 사망한 1971년 7월 3일 이후 나머지 세 명의 멤버들이 얼마나 급박하게 이 앨범을 준비했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다만, 부클릿을 보아하니 모리슨 생전에 이미 써둔 곡들을 모은 것으로 보이며 레이 만자렉(2013년에 74세의 나이로 사망)의 리드보컬 하에
레코딩된 곡들로 비교적 도어스 후기의 사이키델릭한 면이 이어지는 성향을 띈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In The Eye Of The Sun'은
그간 왜 포스트-모리슨 앨범을 듣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마저 들 정도로 멋진 트랙이었으며, 다른 수록곡들도 모리슨의 부재가 아쉽기는 해도 비교적
The Doors라는 이름만 떠올리지 않는다면 들을만한 트랙이 제법 수록되어 있는 편.
하지만 둘째로, 연이어 발표한 Full Circle(1972년작)의 경우 도저히 믿기 힘들 정도로 괴작이라는 생각이다. 첫 곡부터 도무지
해괴망측하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Get Up and Dance'를 비롯하여...맙소사, 이건 흡사 포스트 비틀스의 링고 스타 솔로앨범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연신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심지어 보컬도 비슷하다). 이건 그냥 노땅 아재의 구닥다리 엘비스식 로큰롤이 아닌가...심지어
나름 연주에 힘을 준 트랙 'Verdilac'조차 애매하다. 도어스가 가지고 있던 싸이키델릭함은 완전히 사라져버렸으며 진부하고 개성을 잃은
로큰롤이 앨범에 꾸역꾸역 담겨있다. 반드시 이 앨범은 도어스의 디스코그라피에서 사라져야 할 괴작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