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두리 로켓 고스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쓰쿠다제작소의 주요 거래처 중 하나인 (주)야마타니. 그곳에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면서 외부자재 비용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지시에 따라 쓰쿠다제작소가 납품하는 성능 위주의 농기계 엔진은 저가 전략을 펼치는 '다이달로스'에 밀려 공급 중단의 위기를 맞는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데이코쿠중공업 사장의 야심작이었던 로켓 발사, 일명 '스타더스트 프로젝트'는 경영 악화로 인해 전면 백지화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대형 로켓엔진의 밸브시스템을 공급하는 쓰쿠다제작소는 안정적인 수익원을 잃을 위기에 놓인다.

어떠한 위기에서도 반드시 돌파구를 찾아내는 사장 쓰쿠다는 새로운 판로 개척을 위해 트랙터의 트랜스미션에 주목하고, 트랜스미션 제작에 필요한 주요 부품인 밸브로 새로운 시장 진입을 꾀한다. 그렇게 (주)야마타니를 찾아 자신들의 새로운 계획을 설명하지만, 트랜스미션 자체를 외주로 돌릴 예정이라는 말과 함께 현재 유력한 외주업체로 거론되는 '기어 고스트'를 소개받는다. 창업한지 5년 밖에 안된 작은 업체이지만, 완전 경쟁입찰을 모토로 하는 '기어고스트'의 어떠한 신념에 매료된 쓰쿠다 사장은 결국 밸브 입찰에 참여할 기회를 얻는다. 경쟁사는 대형 제조업체인 오모리 밸브. 오직 성능에만 집중했던 쓰쿠다제작소가 이번에는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에 집중했고, 그 결과 입찰에서 오모리밸브를 제치고 납품 승인을 받게 된다. 경쟁에서의 승리에 도취된 것도 잠시, '기어 고스트'를 둘러싼 거대한 음모가 숨통을 조여오는데...

----‐--------------------
이번 <변두리 로켓 : 고스트>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건 기업(또는 기업인)의 신념이었다. 기업 환경은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에 그 신념을 지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 모습이 그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직원을 둘도 없는 재산이라 생각하고 최우선적으로 지키려 하는 기업도 있다. 오로지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이익과 손해만 따지며 도의적인 부분은 전혀 개의치 않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사업을 인간관계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각하며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기업이 있다.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고 추악함이 도사린 비즈니스 세계에서 '도의를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사람의 도리에 맞는 길을 가는 고지식한 회사(P.324)'를 자처하는 그런 기업. 쓰쿠다 제작소의 진가는 그렇게 추악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기에 쓰쿠다제작소와 함께 나아갈 '기어 고스트'의 대표 이타미가 복수심에 불타 자신의 신념을 버린 결정에 대개의 독자들은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을 것이다.

언제나 통쾌한 결말로 기분좋게 책장을 덮게 해주는 작품들을 선보이는 작가, 이케이도 준. 변두리 로켓 1, 2편 역시 대기업에 맞선 변두리 중소기업의 반격으로 끝나는 결말에 통쾌함을 느꼈고, 3편도 그런 결말을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끝내 위기를 극복한 것 까지는 기존의 작품들과 결을 같이 하지만, 마지막 결말은 많은 분들을 당황케 하기에 충분했다. 마치 자신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비웃는 듯 하다. 천재 엔지니어를 여성으로 설정한 것도 같은 맥락일까? 그래도 4편에서 그 결말을 다시 뒤집어 줄 것이란 기대에 크게 낙담하진 않는다. 4편을 얼른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60년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미국. 흑인 엘우드 커티스는 근면함과 침착한 성격으로 선생님들에게 인정 받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는 평소 권리 투쟁에 관심이 많았고 흑인 인권 향상을 위해 헌신할 날을 꿈꾸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힐 선생님의 추천으로 멜빈 그리그스 기술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배움에 목 말랐던 엘우드는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향하지만, 자전거가 말썽을 부려 지나가는 흑인이 모는 차를 얻어 탔다. 그것이 바로 재앙의 시작이었다. 그 차량은 절도 차량이었고,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 엘우드 역시 차량 절도죄로 니클의 감화원(소년원)으로 보내지는데...

 

저자 콜슨 화이트헤드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을 수상하며 그 해 타임지가 꼽은 영향력있는 100인에 선정될 만큼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다. 이 작품 <니클의 소년들>은 저자에게 두 번째 퓰리처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실제 있었던 사건(플로리다 도지어 남학교 이야기)을 모티브로 자신의 상상력을 더해 그 당시의 참혹한 현실과 가려져 있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한다. 휘몰아치는 서사는 아니지만 담담한 문체로 니클의 상황을 긴장감있게 묘사하여 억압과 폭력, 차별 등이 행해지는 미국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아..가슴이 벅차오른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숭고한 용기란 말인가. 그의 올곧은 신념은 어떠한 억압과 폭력에도 꺾이지 않았다. 무수한 억압과 만연한 차별 속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는 엘우드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은폐되었던 추악한 진실을 드러냈고, 그가 내딛은 작은 발걸음은 현재의 우리가 과거의 그들보다 더 나은 삶을 살게 해주었다. 참혹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자 했던 한 소년의 성장기이자 차별에 저항하는 인물의 투쟁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주에서 뒤처진 아이는 그대로 영원히 뒤처져 있든지, 아니면 앞 사람보다 빨리 뛰는 수밖에 없어. - P55

엘우드는 침대에 단단히 매달려 베개를 악물었지만, 매질이 끝나기 전에 기절했다. 그래서 나중에 사람들이 그에게 몇 대나 맞았느냐고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없었다.
- P92

나라의 법뿐만 아니라 엘우드의 법칙에도 어긋났다. 모두가 외면하고 묵인한다면, 모두가 한패라는 뜻이었다. 만약 그가 외면하고 묵인한다면,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공범이었다. 그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 P107

세상은 생각 없는 군중이라도 엘우드는 그들 사이를 뚫고 똑바로 걸어가리라. 그들이 그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폭력을 휘둘러도 그는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피로에 지치고 피투성이가 되어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 P113

그들은 평범한 삶이라는 소박한 즐거움조차 누릴 기회가 없었다. 경주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불구가 되어 절룩거리며, 정상이 되는 방법을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 P209

고통을 견디는 능력. 엘우드를 포함해서 니클의 아이들은 모두 이 능력과 함께 살아갔다. 이 능력 속에서 숨을 쉬고, 음식을 먹고, 꿈을 꾸었다. 그것이 지금 그들의 삶이었다.
- P21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변두리 로켓 가우디 프로젝트 변두리 로켓
이케이도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404 꿈이 없는 일은 그냥 돈벌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데이코쿠중공업에서 제조하는 로켓엔진의 핵심부품인 밸브를 성공적으로 납품하며 위기에서 벗어난 쓰쿠다제작소.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 대기업 제조사로부터 시제품 의뢰를 받는다. 무슨 부품인지는 알려주지도 않고 그저 지정된 사양에 따라 도면 그대로만 생산해줄 것을 요구하는 그들의 태도에 쓰쿠다는 미심쩍지만 다른 비즈니스로 확대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제품 생산을 수락한다. 하지만, 갑작스런 설계 변경과 무례한 태도로 일관하는 그들과의 거래는 취소되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미 새로운 버전을 설계해 개발에 착수중인 데이코쿠중공업과의 밸브 거래마저 경쟁입찰을 통보받고 위기를 맞게 되는데...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쓰쿠다제작소를 퇴사했던 마노로부터 의료기기 공공사업을 제안받고 의료계 파벌에 희생당한 의사, 지방의 소기업과 협업하여 심장판막증 환자들을 위한 일명 '가우디 프로젝트'라 불리는 인공판막 개발에 도전하는데, 과연 성공시킬 수 있을까?

 

----------
2013년 원전 비리 사건은 품질 기준에 못미치는 제품의 시험성적서를 조작하여 납품하다 적발된 사건으로 업계를 넘어 굉장히 큰 이슈였다. 그도 그럴것이 원자력 발전소는 방사능을 다루기 때문에 안전 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부분임에도 돈을 목적으로 한 비리의 대상이 되었기에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오로지 돈에만 혈안이 된 기업들이 기업윤리를 저버린 길이 남을 만한 오욕의 사건이었다.

 

이번 작품 <변두리 로켓 : 가우디 프로젝트>에서도 기업윤리를 경시한 기업들의 몰락을 다루는데, 자연스레 원전사건이 떠오르면서 그 이야기들을 소설 속의 일들로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특히나 의료기기는 환자의 생명과도 직결되어 있는 만큼 기업의 윤리가 중요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오직 돈벌이로만 접근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그들은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이익을 착취하려 한다. 이 작품에서는 그러한 기업들이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여주며 기업이 갖추어야 할 근간, 즉 이익 창출에 우선되는 '기업윤리'에 대한 메세지를 담고 있다.

 

기업윤리 외에도 의료계 파벌문제, 정부기관의 관료주의 등 일본 내에 뿌리깊은 관습에 대한 저자의 지적은 우리도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임에 틀림없다.

 

대기업의 갑질 및 횡포에 따른 위기, 그리고 이어지는 새로운 기회, 그 기회를 성공으로 이끄는 직원들의 열정. 뻔한 설정처럼 보이지만 기본을 중시하며, 일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애쓰는 쓰쿠다제작소 직원들의 살아숨쉬는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P.S)서사가 연결되지 않고 각기 다른 에피소드를 다루기에 1권을 읽지 않고 2권을 읽어도 무방합니다.

이상을 말하기는 쉬워도 실현하기는 어렵다. - P39

부정적인 사고에 빠지기는 정말 쉬워. 반면 긍정적인 사고를 품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지. 힘들 때야말로 인간의 진가가 나오는 거야. - P122

세상에는 벽이 수없이 많아. 편하게 잘 풀리는 일은 드물지. 그렇다고 도망치면 실적이고 평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아. (...) 이 곤란한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부터 쓰쿠다제작소의 진면목이 발휘되는 거지. - P171

바꿀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면,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 해야겠죠. - P36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생은 소설이다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235 현실에서도 소설 못지않은 상상의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도 했죠. 만약 현실에서 소설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영원히 가슴에 아로새겨질 감동의 순간으로 남게 될 겁니다.

 

오래전 그의 작품에 흠뻑 빠지게했던 그때의 기욤뮈소로 돌아온 듯 하여 기쁨을 감출 수가 없다. 최근 몇 년간의 행보를 보면 기존의 판타지 감성보단 스릴러에 좀 더 치중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이 역시 작가가 추구하고자 한 변화겠지만),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나 <구해줘>에서 보여준 판타지 감성에 매료되었던 나에게는 어딘지 모르게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초창기 기욤뮈소 특유의 판타지가 마치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 일으키는 노스텔지어처럼 나를 들뜨게 했다.

 

이번 작품을 읽으면서 저자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 등이 작품 속에 많이 투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극적인 기사를 남발하는 언론이나 미디어를 비판하고, 책을 대하는 젊은 세대들의 태도에 안타까워하는 모습도 보이고, 무엇보다 소설가로서의 자세나 소설의 역할 등에 대한 생각을 엿볼 수가 있어서 좋았다.

 

제목이 전하는 여운이 짙다. 인생은 소설이라니. 그렇다면 우리는 저마다의 인생을 쓰는 작가가 아닌가. 우리들 인생이 스스로가 그려낸 희망적인 소설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목을 지은 걸까? 결국, 로맹 오조르스키처럼 현실에서 그 소설 속 희망을 경험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감동이 될 수 있는 지를 역설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이제 온갖 환희와 기쁨이 가득찬 우리만의 소설을 그려보자.

소설은 우리를 잠시나마 힘든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게 해주고, 다양한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 P61

새로운 소설을 쓰기 시작할 때마다 나는 매번 눈 덮인 에베레스트 산 아래에서 맨발로 서있는 기분이 들었다. 내 안에서 이전에는 결코 들려준 적이 없는 이야기, 새롭고 독특하고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를 끌어내 독자들에게 선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심장을 조여왔다. - P110

나는 이제 막 인생의 첫 걸음을 떼어놓았던 그 무렵에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해 부조리한 현실을 내가 갈망하는 현실로 되돌려놓는 마술을 완성했다. 픽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을 현실 세계에서 이루어낸 것이다. - P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오래된 유죄 -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여성을 위한 변론
김수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P.12 여성들의 싸움은 돌을 굴려 산 정상에 올려놔도 내일 다시 또 굴리기를 반복해야 하는 시지프스의 절망과는 다른 것이다. 같은 싸움이 반복되는 것 같아도 같은 싸움은 없다. 포기하지 않은 싸움에는 늘 한발 전진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월 서지현 검사가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자신의 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하였다. 많은 여성들이 그녀의 용기에 힘을 얻어 차마 꺼내지 못했던 자신의 피해 경험을 고백하는 이른바 미투 운동이 활발해졌는데, 그 당시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그 피해여성들의 피해 현실보다 그 기사를 접한 주변 남성들의 반응이었다. 서지현 검사의 외모 품평에서부터 시작하여 아무 근거없이 그녀들을 꽃뱀 취급하는 남성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 않는다며 남성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모호한 명분을 만드려는 그 사람들은 특이한 사람이 아닌 보편적인 남성들처럼 보일 정도였다.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과연 이 시대의 여성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제대로 보호받고 있을까? 언제까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는가?
.
🏷법은 어떻게 여성들을 외면해왔는가?

 

이 작품은 현직 변호사인 저자가 지난 20년간 실제로 법정에서 마주했던 다양한 사건들을 사례로 여성들의 인권이 (마땅히 보호막이 되어야 할) 법 앞에서 어떻게 무참히 짓밟히고 외면받는지를 낱낱이 보여준다. 디지털 성범죄, 직장 내 성희롱, 아동 성착취, 가정폭력, 호주제, 낙태죄, 미혼모/입양 문제, 위안부 피해자 문제 그리고 코로나 시대의 여성 노동자까지 광범위하게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변론하며 그들의 인권 회복을 위해 싸워온 저자는 '여성 인권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하며 법이 약자(피해자)의 편에서 올바르게 작동할 것을 촉구한다. 이는 여성으로서 처해있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토로이자 지금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이 사회에 함께 연대해달라는 분명한 외침이다.

 

저자는 얘기한다. 여성들의 싸움은 가끔 승리하지만, 많은 경우 여전히 패배한다고. 그럼에도 여성을 위한 변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나는 희망한다. 여성들의 싸움이 가끔 패배하더라도 많은 승리가 이뤄지기를. 그렇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성숙한 모습으로 여성들을 대해 주기를.

 

여성 인권에 대한 덜 성숙한 사회적 인식이 우리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줌과 동시에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겨준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 작품 <아주 오래된 유죄>는 폭력과 억압에 무분별하게 노출되어 있는 여성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많은 남성분들이 꼭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내가 꿈꾸던 미래는 새로운 것이 가득한 세상이었는데, 막상 맞이한 건 아주 오래된 것들이 더욱 썩고 부패해 냄새가 진동하는 미래였다.
- P27

희망의 좌절보다 희망의 실현을 믿고 싶다. 혐오와 차별의 언어보다 공감의 언어가 훨씬 더 힘이 세다는 것을 믿고 싶다. - P53

미성년자는 미성숙하여 어른이 보호, 양육해야 한다는 주장이 왜 성인 남성과의 성적인 문제로 얽히면, 남녀 간의 사랑에 따른 성적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둔갑하는가. - P63

여성의 사정이 아니라 국가의 사정, 아들을 낳아야 하는 집안의 사정 등 저마다의 사정을 들이대며 낙태를 종용하고 허용했다. 오직 금하는 것은 여성의 사정, 여성의 결정에 의한 낙태뿐이다. - P140

낙태를 하면 생명을 경시하는 무책임한 여자라고 손가락질하면서 막상 아이를 낳으면 미혼모라고 손가락질하고 양육지원도 미흡하여 결국 전과 같이 입양을 선택하게 하는 현실인 것이다. - P16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