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제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서초구에 있는32층짜리 빌딩 화장실로 출근하기 시작했고, 20년 가까이그 일을 한 번도 쉬지 않았어요. 참 이상하죠? 엄마는 하루평균 여덟 시간만 공용 화장실에 머물렀고 그 시간을 제외하면 엄마 역시 다른 사람들처럼, 아니 다른 누구보다 알뜰하일상을 운영했다는 걸 저는 세상 어느 법정에서라도 증언할 수 있지만 엄마에게서 화장실 냄새가 아닌 것, 그러니까발냄새나 화장품 냄새, 혹은 다른 사람의 체취를 맡아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그렇다는 대답을 내놓지는못할 것 같아요. 귀가해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부터 저는 타인의 배설물 냄새에 편입되는 기분이 들었고 언제나 그 냄새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엄마라 사이가 나빴던 건 절대 아니에요. 엄마와 저는 서로에게유일한 가족이었고 또 가장 가까운 친구이기도 했으니까요.
엄마가 술에 취했을 때만 제외하면 늘 사이가 좋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