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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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색깔의 표지가 예쁜 우리 나라 그림에 대한 책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눈으로 좋은 그림을 감상하면 평화로워지는 기분이 참 좋다. 그림에 담긴 이야기, 그림을 그린 작가의 이야기 등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알고 그림을 보면 재미있다. 코로나19로 힘들기 전에는 전시회에서 전시해설을 듣기도 했는데 요즘은 전시회에 다니기 어렵다보니 책을 많이 본다. 주로 서양 미술에 대한 책이 많은 편인데 최근에는 우리 나라 미술을 소개하는 책이 종종 보여서 반갑다. 이 책도 우리나라 그림에 대한 책이라서 마음에 든다. 작품명을 들으면 알겠는데 정작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이종수 작가님은 미술사학을 전공하였고, 작가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완성했는지 그 맥락과 계보를 찬찬히 짚으면서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고 소개하고 있다.

나라의 국보와 보물 2643점 가운데 회화는 303점이 전부라고 한다. 비단이나 종이로 훼손되기 쉽고 해외로 유출된 작품이 많아서 조선 이전 그림으로는 고려 불화 정도가 전할 뿐이라고 한다. 저자가 보물로 지정된 그림중에 마음에 들어온 그림들을 세 가지 주제로 분류했다. 1장은 이상, 꿈을 보여준 그림들로 이상향을 그린 산수화, 시의도, 사군자 등을 담았다. 2장은 현실로 삶 속에서 만난 장면들인 진경산수화, 풍속화, 자화상 등을 담았다. 3장은 역사,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그림들로 기록화, 초상화, 기념화를 소개한다. 4장에는 보물은 아니지만 가치가 있는 작품을 모아두었다.

작품을 만난 저자의 감상평을 읽으면 나도 그런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된다. <병진년화첩>에 있는 <소림명월>을 보면서 김홍도가 숲 사이에 뜬 달을 보는 장면을 떠올린다.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살펴보며 먹색의 농도를 감상한다. <옥순봉> 역시 <병진년화첩>에 담겨 있고,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진경산수화는 본래 진짜 경치를 담긴 하였으나 여러 장면을 겹치고 겹쳐 멋진 구도를 창조한 일종의 편집 기술을 더한 것이었다. 옥순봉은 달랐다. 옥순봉만을 담기로 한 것이다. 병진년은 김홍도가 52세 되던 해라고 한다. 이 작품들을 보면서 저자는 작품과 만나고, 또 그림을 그린 김홍도와 만난다. 작품 감상을 어떻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동안 나의 미술작품 감상 방법은 많은 그림 사이로 쓰윽 지나가다 눈길을 끄는 작품의 작품명을 보고, 그림을 보고 그 솜씨에 감탄하고 머무르는 정도였다. 그 작품 하나를 온전히 감상하고, 교감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사실 짧은 시간을 보고 나와야하는 전시회에서는 어렵다. 책 속에 담긴 작은 크기의 작품 사진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고, 다시 관찰하기에는 좋다.

책에 <태조어진>에 대한 내용이 있다. 경기전 어진박물관에서 처음 만난 태조어진을 한참을 바라보고 나온 기억이 있기 때문에 좀더 꼼꼼히 읽었다. 국왕의 실제 모습은 그림으로 밖에 남아있지 않은데 그 중에 태조어진이 가장 오래되고, 완벽한 모습이고 영조어진은 반신상, 철종어진은 불에 타다 절반만 남았다고 한다. 그래서 <태조어진>은 국보로 지정하여서 관리하고 있는 소중한 문화재이다. 조선에서 푸른색 용포를 입은 임금은 태조뿐이라고 한다.

사진이 없었던 시대에 그림은 우리에게 역사의 기록을 남겨주었다. 순간순간 찍을 수 있는 사진과 달리 그림은 사실과 다른 것을 담을 수도 있고, 작가의 마음을 담을 수도 있는 매력이 있다. 우리나라의 작품을 책으로 만나면서 작품에 대한 상식도 얻고, 작품을 대하는 마음도 배울 수 있었다.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개인의 견해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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