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 불편한 기억 뒤에 숨겨진 진짜 나를 만나다
강현식 지음 / 풀빛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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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억 못지 않게 망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는동안 한 번도 상처받지 않고 살 수는 없을텐데 망각이 없었다면 아픈 기억으로 가득찬 채로 살아가야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기억은 잊고, 중요한 것은 꼭 기억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책제목처럼 "왜 상처받은 기억은 사라지지 않을까?" 오랜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기억은 미화되어 사진 속 행복한 모습만 추억으로 남는다. 그래도 오래도록 뇌리에 남을 상처 몇 가지는 남겨둔다. 이 책은 저자가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과 상담을 하면서 그 경험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쓴 글이다. 모두 7개의 사례가 나오는데 누구나 겪을만한 기억과 관계된 것이다. 상처받은 기억이 나를 힘들게 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고, 이겨냄으로써 더 건강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저자 강현식님은 누다심이라는 필명으로 호라동하는 심리학 칼럼니스트이자 심리상담센터 대표이다. 누다심은 '누구나 다가갈 수 있는 심리학'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성폭력, 가정폭력, 첫사랑, 펫로스 증후군, 교통사고, 오염강박, 가스라이팅 이렇게 7가지 사례가 있고, 그것을 겪은 뒤에 나의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설명하고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모두 우리가 한번쯤은 겪거나 목격하게 되는 일이다. 우리는 엄청난 상처를 받을 가능성을 항상 가지고 살아간다. 겪고 싶지 않은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극복해내느냐가 내 삶의 행복도를 결정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게 되고 행복과 즐거움을 외면하게 된다. 그래서 용서가 필요하다."

에버렛 워딩턴이라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는 용서가 가진 치유의 힘을 연구하고, 용서에 도달하는 5단계를 회상, 공감, 선물, 실천, 용서하는 마음을 지키기로 정리하였다. 용서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과거의 힘들었던 장면으로 돌아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고, 가해자의 입장에 공감한다. 가해자의 입장을 공감한다는 것이 가해자의 범죄를 합리화한다는 생각에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를 치유하는 용서의 측면에서는 가해자의 입장을 공감하며 그를 범죄자가 아니라 인격체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이 아주 의미있는 작업이라고 한다. 이렇게 용서의 과정을 거치고 나면 그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다. 내 마음 속에도 꺼내고 싶지 않은 꽁꽁 감추어둔 기억들이 있다. 기회가 되면 그 기억을 하나씩 꺼내어 마주하고 이별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 책을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개인의 견해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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