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영화 없는 날 - 차별을 넘어 차이를 잇는 페미니즘 영화관 쓰담문고 3
김수진.김시원.황고운 지음, 손희정 해설 / 서해문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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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고 솔깃했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볼 영화가 없어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결국 영화를 못보고 TV를 끈 경험이 종종 있다. 페미니즘과 관련된 17편의 영화를 소개한다. 여성 감독이 만들었거나 여성과 관련되었거나 편견을 깨뜨릴 수 있는 내용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 사회에 아직 남아 있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 차별을 발견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데 도움을 준다. 해설을 쓰신 손희정님의 글을 보면 '시네마+페미니즘'의 준말로 '시네페미니즘'이라고 한다는데 페미니스트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만들고, 토론하는 태도라고 한다. 저자인 김수진, 김시원, 황고운님은 모두 성평등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이다. 17편 모두 남성이 여성을 잘 이해하고, 여성은 스스로를 좀더 잘 들여다보고 감싸안아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영화들이다. 총 5관으로 나누어 주제별로 2-4편의 영화를 소개하는데 2관 '도전하는 몸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의 영화가 가장 궁금하다. 한 번도 여성으로서 나의 몸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사춘기가 찾아온 딸과 함께 영화를 보며 우리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가장 처음 소개하는 영화 <벌새>를 읽고 내용이 참 와닿았다. 청소년 여자 아이 은희가 주인공이다. 요즘 청소년들이 자신의 마음을 챙길 시간이 없을만큼 너무 바쁘고, 어른들도 아이들의 마음상태가 어떤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함께 있어도 온가족이 각자 휴대폰을 바라보고, 휴대폰 속 대상과 소통하느라 정작 눈을 마주치며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않는다. 대화를 하면서도 휴대폰에 눈이 가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중학생 은희는 행복하지 않은 일상의 반복으로 방황하는데 그때 한 선생님이 자신을 받아들이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영화 속 주인공을 보며 세상에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이다.

 

 

 우리 집에는 남자아이, 여자아이가 있다. 남자아이는 농구, 축구, 태권도 다양한 운동을 배운다. 여자아이는 저런 운동을 가족과 함께 말고는 해보지 못했다. 학원에 남자아이들만 있어서, 우리 친구들은 하지 않아서 자신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와 이번 주말에 <당갈>을 보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도 볼 수 있다. 스포츠는 남자들의 것이라는 통념으로 선수가 아닌 일반 여성들은 스포츠에 잘 참여하지 않았다. 요즘은 많이 개선되어서 훌륭한 여자 운동선수도 많지만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당갈>은 레슬링을 하는 두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요즘 올림픽 기간이라서 쇼트트랙 경기를 열심히 보는데 최민정 선수가 당당히 앞지르기를 하고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고 온가족이 환호성을 질렀다. 영화를 보면서도 그런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책은 영화 소개 프로그램과는 조금 다르다. 영화 전체의 스토리나 주인공의 특징에 대해 소개하기 보다는 영화에서 페미니즘적 요소를 찾아 소개하고, 그것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함께 다루어볼만한 주제를 끄집어 낸다. 영화에서 깨고자 하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꾸어보자고 응원한다.

책의 17편의 영화중 내가 본 것은 <히든 피겨스>, <옥자>, <모노노케 히메> 세 편이다. 영화를 보고 책을 읽으니 그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떠오르며 내가 했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보게 된다. 보지 않은 영화 소개는 영화를 보면 어떤 부분에 대해 생각하며 보면 좋을지를 생각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된다. 책ㅈㅔ목처럼 볼 영화 없는 날에 책을 꺼내서 목차를 읽어보고 영화를 한 편 골라 책과 함께 영화를 보면 좋겠다.

조금더 시간이 지나서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될때쯤이면 '페미니즘'이라는 말이 사라져도 문제없게 남성, 여성 구분 없이 자연스럽게 모두가 존중하고 배려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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