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우주를 건너는 너에게 -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아들에게 보내는 인생 편지
김민형 지음, 황근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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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 필요한 순간'으로 수학의 대중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김민형 교수의 책이다. 학창시절을 보내고 나면 수학에 대한 책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렵고 복잡하다고 생각한 수학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은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15년전에 아들에게 쓴 인생 편지를 모아둔 것이다. 영어로 썼기 때문에 번역이 있다. 2014년에 '아빠의 수학여행'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하였는데 그 내용에 최근의 편지를 더한 개정판이다. 운동선수 부모의 자녀가 운동선수로 성공하고, 연예인 부모의 자녀가 연예인이 되는 일을 많이 본다. 부모가 그 분야에 재능이 있기 때문에 그 재능을 물려받은 부분도 있겠지만,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그것을 잘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것이 더 컸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관점으로 수학자는 자신의 자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어떤 것을 중요하게 여기도록 가르쳤는지 궁금했다.

김민형 교수는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이자 수리과학 석좌교수,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이다. 서울대학교 수학과를 최초로 조기 졸업하고 미국에서 공부한 세계적인 수학자이다. 약 15년 전에 아들에게 쓴 편지를 이렇게 책으로 낼만큼 그동안 쓴 기록들을 잘 정리하여 간직했다는 점도 놀랍다. 그의 아들 오신은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른이 되었다.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아버지의 훌륭한 가르침을 듣고 배우며 자란 아들은 또 어디선가 훌륭한 학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수학이 인간 문화의 일부이고, 인간 문화로서의 정체성을 밝히는 과정이 수학의 이해와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이렇게 시와 문학, 미술, 음악에 대해서도 조예가 깊고 그것을 통해 삶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아들에게 이야기한다. 편지 서두에 커피를 마셔서 말똥말똥하게 깨어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커피, 카페인에 대한 질문을 하고, 생리학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한다.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아이의 호기심을 끌고, 그것을 학문적 질문으로 연결짓는다. 아버지가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이렇게 자상하게 편지로 써준다면, 그리고 그것을 책으로 남겨 평생 간직하도록 해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평생 두고두고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우리집의 저녁 시간 대화를 떠올려보며 우리의 대화도 조금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해보아야겠다고 생각한다. 편지 한편의 길이는 6쪽을 넘고, 꼭 한 편의 명시가 쓰여 있다. 외증조할머니가 가장 좋아하셨던 찬송가 가사를 들려주기도 한다. 대대로 이어져오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럽다. 나는 어떤 부모가 될지, 자녀가 어떤 방향으로 삶을 설계하도록 도움을 줄지 고민하게 하는 편지이다. 나도 이런 아버지의 편지를 받았더라면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이런 편지를 써주는 부모가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공부해야지라는 다짐도 한다.


* 네이버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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