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뇌종양 투병과 딸의 돌봄을 담은 간병 에세이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갑작스러운 섬망 증세로 병원을 찾게 된 엄마와, 엄마를 돌보는 딸의 이야기로 돌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대학병원과 요양원을 방문하는 에피소드에서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단순히 불친절함보다는, 의료 지식 차이로 인해 환자와 보호자가 느끼는 불안과 무력함도 클테다. 진료 과정에서 프라이버시가 침해되는 경우도 소개되어있다. 꼭 병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의료 시스템과 돌봄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문제라 더 속상하다.

이 책은 돌봄의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 모두가 결국 마주해야 할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노인 인구가 늘어나며 돌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긴 병 앞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사랑하는 가족 간의 돌봄도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저속 노화, 집에서 잘 죽기 등의 영상을 종종 봤는데,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딸의 입장에서 쓰였지만, 동시에 엄마의 입장도 생각해보게 된다. 암과 치매 증상으로 몸과 마음이 혼란스러운 엄마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아마도 자신의 변화된 상태를 받아들이는 일일 것이다. 익숙한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누군가의 돌봄을 받아야 한다는 현실이 쉽지 않지만, 꿋꿋하게 버티고 이겨내려는 기록들을 읽다보면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