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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톨랑의 유령
이우연 지음 / 문예연구사 / 2024년 5월
평점 :


꽃밭 같은 표지에, 어딘가 무서운 것 같은 책 소개, 내가 좋아하는 ‘유령’ 키워드라 어떤 내용일지 너무 궁금했다. 서문에서부터 책 내용이 쉬울 것 같지는 않았다. 혼자에 관한 책, 유령에 관한 책,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는 그 무언가에 관한 책이다. 청소함에 갇혀 누군가 열어주기를 기다리는 소녀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주변의 수군거림과 자격지심에 결국 외톨이가 된 바둑 천재 등 ‘혼자’를 주제로 짧은 글이 여럿 쓰여있다. 넓고 텅 빈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 같은 우리, 아토피로 따돌림당하며 혼자 남게 된 상황 등, 공통점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이어지지 않는 글이 많았고, 피노키오나 피터팬 같은 동화를 주제로 한 글도 나와있었다. 착한 아이를 강요받은, 조용함을 훈련받은 앨리스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파트 2부터는 유령의 이야기가 나온다. 소리가 목구멍을 타고 입 밖으로 나오는 것, 내 동공이 물체를 인지하고 바라보는 것 등 모든 감각이 세밀하게 표현된 문장들을 읽을 때마다 어딘가 소름이 돋았다. 후반으로 갈수록 잔인하고 섬뜩한 묘사가 있어 미치광이의 외로운 독백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예술적인 단어나 문장들이 많아서 읽기 좀 난해한 느낌도 있었고, 이 책을 통해 작가가 어떤 점을 말하고자 했는지 잘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평범한 듯 소름 돋는 분위기가 좋았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던 외로움을 꺼내어주는 느낌이 신기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