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피에 버디라는 문신을 새겨 언어능력을 얻고, 임플란트처럼 장기를 갈아끼워 영생을 누릴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그렇지만, 단계별로 올라가는 구독료를 납부하지 못해 사망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주인공 유온이 하고 있는 '가애'는 장기 임플란트 대여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죽음을 앞두고 있는 '수애'와 짧은 연애를 한 뒤, 유산을 받아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처음에 여기서 약간 멈칫했다 ㅋㅋㅋ 읽으면서 이게 맞나? 싶었다. 내가 죽은 뒤 내 유산을 가져가겠다는 사람과의 사랑이라고? 애초에 돈이 있다면 장기 임플란트에 탈탈 썼을 것 같은데 유산이 있다고,, ? 너도나도 구독료를 내게 되면 극소수의 수애와 다수의 가애가 남을 텐데 ,,라고 생각했다. 수애와 가애 설정이 독특해서 끌리긴 했으나, 유온을 둘러싼 인물들의 관계나 서사가 좀 더 자세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또한, 주인공 유온은 아내와의 예민한 관계를 비롯한 가족 문제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살면서 자연스레 잊거나, 기억날 듯 말 듯 아련한 추억으로 남겨두는 게 좋을 때가 있는데, 이 설정에선 모든 것을 선명하게 기억하게 되니, 고통 속에서 살다가 자신의 기억을 정기적으로 영원히 지우는 경우도 많다. 기억을 잊는 게 어려운 것처럼,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고 싶다는 기쁨 충만한 순간도 드물 것 같다.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는 상황에서, 특별한 순간, 특별한 기억이라는 게 의미가 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