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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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후는 아버지의 유품인 손거울을 물고 도망간 까마귀를 따라 신비한 공간에 떨어지게 된다. 까마귀같은 느낌의 도선생, 차가운 성격의 보조 미나가 진료를 보는 안과에서, 유품인 손거울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몇 달간 차트 작성 업무를 맡게 된다. 까마귀가 데려온 환자의 이야기, 인생, 감정, 사랑 등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고 차트에 기록하면, 도선생이 치료를 진행한다. 도선생의 치료와 대가에는 인간의 욕망과 얽힌 사연들이 많다. 방문하는 환자들을 비롯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림을 발견하고 그리워하는 은후, 유년시절 학대당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는 미나, 인간의 탐욕으로부터 탄생한 도선생 등 각자의 아픔이 하나씩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이다.


반짝이는 거울과 약초가 가득할 것 같은 보름달 안과, 으스스한 분위기의 마법 물약이 나올 것 같은 바사의 약국, 거대하고 어두운 나무가 얽혀있을 것 같은 도선생의 기억 등 판타지적 요소와 장면 묘사가 가득해서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배경의 전환과 묘사에 집중하느라 도선생이나 미나를 비롯한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약간 매끄럽지 않게 느껴지긴 했다. 은후를 탐탁치 않아 하며 도선생을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했던 미나의 심리나 방문하는 환자들의 다양한 사연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듣고 싶은 아쉬움이 남았다. 인간으로부터 오는 욕망과 힐링이 동시에 느껴지는 부분이 특이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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