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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평점 :
갑작스레 걸린 뇌수막염에 생사를 오가고, 일시적인 마비와 언어 장애가 오게 된다. 인지능력마저 떨어지고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진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소중함과 평화로움을 아끼게 된다.
유년기부터의 흔적들, 나이가 들어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 종교를 보며 느끼게 된 무신론, 내 곁의 배우자 등 작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잦은 이사를 하는 것이 특이했는데, 블루베리 나무를 키우고 농장을 운영하면 더 이상 이사를 다니지 않을 줄 알았으나 그건 아니었다. 뿌리내린 나무가 있어도, 마음먹으면 나무를 땅에서 꺼내 정처 없이, 자유롭게 떠돌 수 있다.
철학적인 내용도 쉽게 쓰여있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가득했으며, 여유있고 단단한 작가의 마음가짐이 느껴져서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언급된 부분에서는 눈물 살짝 고였다.. 나도 할머니 계실 때 더 잘해드리고 목소리도 녹음해둬야지.. 내 인생에는 어떤 변곡점이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생각해 보게 됐고, 나도 언젠가 이런 회고록같은 책을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