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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근희의 행진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5월
평점 :
희망찬 제목과 밝은색 표지임에도 등 돌린 여성의 모습에 어딘가 막막한 느낌이 들었는데, 표지와 책 내용이 정말 찰떡이라고 생각했다! 여러 지면에 발표된 10개의 단편을 엮어 탄생한 이 소설집은 아버지가 남기고 간 5천만 원으로 전셋집을 구해보려는 미조,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거리가 멀어진 단톡방, 각본가로 일하며 집 구하기도 힘든 현실, 신혼집을 구하다가 과민성 방광이 되어버린 남편 등 이 시대 청년들의 주거불안, 고용불안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막막한 현실 앞에 맥주 마시며 덤덤하게 대화하는 장면이 나왔던 <연희동의 밤>이다. 따옴표 없이 이어지는 대화들이 너무 위로가 되고 마음에 드는 문장이 한가득이었다. 표제작인 <젊은 근희의 행진>도 유튜버라는 직업을 담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동생 근희가 야한 옷을 입고 방송하는 걸 관종 같다고 못마땅해하는 언니에게 근희가 편지를 쓴다. 누구나 조금만 나서면 유명해질 수 있는 요즘 시대에 꼭 한번 읽어볼 만한 단편이라고 생각했다.
고독사할까 봐 두려워 늙고 혼자인 사람에게는 방 한 칸도 쉽게 내어주지 않는 현실, 집을 구하려고 노력하면 노력할수록 벽만 마주하게 되는 현실 등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어 책 내용이 희망찬 것은 아니지만, 읽고 나면 '그래도 씩씩하게 행진해 봅시다' 하는 차분한 응원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