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이 나에게 - 내 머릿속 원숭이들과 잘 지내는 법 ㅣ 나에게
이근상 지음 / 몽스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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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후반, 40대로 접어들며 주변에 명상을 시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체력은 떨어지고, 챙겨야 할 대소사와 사람은 많아지고,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요가를 틈틈이 하며 명상을 시도했지만, 명상이란 무엇인지, 명상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들숨날숨만 쉴 뿐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명상이 나에게>는 명상의 기초조차 없는 입문자, 초심자에게 '아, 나도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미게 하는 책이었다. 명상 전문가가 쓴 책이었다면 도리어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생활인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번뇌와 감정, 명상 초심자로서 겪었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함께 들려주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무상(無常)'에 대한 통찰이었다. '인생무상'하면 으레 허무함과 바로 연결짓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감정 상태나 놓여 있는 상황이 늘 같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상'의 인식이었다.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번뇌, 잡념, 감정을 내쫓으려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집에 들어온 손님처럼 지켜보며, 섣불리 평가하지 않는 것. 그게 명상의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들고 있는 팔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면? 저자의 유튜브 스승(!)의 혜안처럼 "Put it down"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언가와 겨루거나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려놓을 수 있기를, 머릿속과 마음을 비워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오늘 감사했던 일 3가지!

- 며칠 전 났던 아이의 큰 상처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

- 오랫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지인과 반가운 연락이 닿았던 것

- 앞이 깜깜했던 일들 중 하나를 어떻게든 마무리 지었던 것


<책 중에서>


"이 오렌지 주스의 무게는 얼마일까요?" 잠시 후 그가 알려준 답은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가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가 달라진다"였다. (중략) "팔이 느끼는 고통이 커지면 어떻게 해야 하겠냐?"고 그는 다시 묻는다. 오렌지 주스가 든 컵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스스로 답한다. "Put it down." 이 뻔한 한마디가 강펀치가 되어 마음을 내려친다. 30초쯤 쉰 후 컵을 들면 다시 가벼워진다는 말을 덧붙인다. (19쪽)


명상은 생각의 속도를 늦춰 준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면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과 생각의 사이가 길어지고 그 사이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화살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성급하게 두 번째 화살을 자신을 향해 쏘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명상이 최선의 호신술인 셈이다. (28-29쪽)


명상은 이런 잡념을 없애는 수련이 아니다. 잡념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잡념이 나에게 찾아왔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명상이다. (중략) 호흡은 온데간데 없고(물론 호흡은 계속하고 있지만), 몇 분간 잡념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이때 집중력을 잃지 않고 호흡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내용이나 생각을 한 것 자체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생각했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37-38쪽)


무상(無常)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상하다는 것은 '늘 그러할 수 없음'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상태가 늘 그러하길 바란다. 그런 바람이 정신적 고통과 갈등을 만들어낸다. 고통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중략) 행복의 순간이 지속되길 원한다면 행복이 사라지는 순간에 불행이 그 자리를 냉큼 차지해 버린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행운이라는 역설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행운은 늘 존재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찾아올 확률이 낮기 때문에 기쁨이 크지만, 다시 찾아올 확률 역시 낮기 때문에 불행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44-45쪽)


그렇다면 자신의 기분이 '늘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좋다. 하루를 살면서 분노나 우울이 찾아와 내 기분을 흔들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루 종일 평온하거나 기쁨에 충만한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면 된다. 좋은 기분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집을 늘 새 집처럼 유지하기 위해 결벽증적으로 타인의 출입을 막고, 청소만 하며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46쪽)


분노와 좌절, 우울 같은 손님은 올 수밖에 없다. 문을 걸어 잠그고 그들의 방문을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결국 그들은 어떻게든 뚫고 들어오게 되어 있다. 손님이 찾아오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며 그들의 방문을 관찰하면 된다. 짧으면 5분, 길어야 하루이틀이면 떠난다. (46쪽)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 덤벨을 들거나 철봉에 매달려야 하듯, 마음의 근육을 만들고 싶다면 조용한 곳을 찾아 자세를 잡고 앉아 호흡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마음에 근육이 생겨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59-60쪽)


버리려고 했던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요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리와 쓰레기의 차이가 물질적 변화가 아니라 뇌의 놀음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은 명상 수련을 통해 가능해진다. 명상은 나로부터 빠져나와 나를 바라보는 과정이다.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이런 상상을 해보자. '진짜 내'가 유체 이탈을 통해 나를 마주 보고 앉는다. 그리고 지금 나의 뇌가 나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거듭하면 뇌가 내뱉는 말을 거름망 없이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행동에 옮기는 대신 객관적으로 알아차리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지금, 나를 마주하고 앉아보라. 그것이 명상의 출발점이다. (72-7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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