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굿 센스 - 컬리, ‘좋은 것’에 대한 기준이 전략이 되는 사람들
(주)컬리 지음 / 세미콜론 / 202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1.

언제부턴가 값은 좀 나가지만 맛있는 걸 먹고 싶을 때,

혹은 집에 양가 부모님이나 손님이 방문할 때,

'컬리'의 웹페이지에 들어가 보곤 한다.


사실 나는 열에 여덟, 아홈 끼 정도는 대강 먹어도 되는 사람인지라

주변 사람들에 비해 맛집 정보도 느린 편이고,

특별한 무언가를 먹어야 할 일이 생기면 에너지도 배로 드는 편이다.

그런데 컬리에 들어가면 어떤 식재료와 밀키트를 골라야 할지,

어느 회사 제품이 맛있는지 골머리를 썩일 필요 없이

좋은 답을 제공받는 기분이 들곤 한다.


인터넷 배송을 가급적 줄이자는 기조로 살림을 꾸리는 터라

컬리를 자주 애용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꼭 컬리를 이용하게 되는 '대체 불가능한' 순간들이 있다.

생각해 보니 컬리를 통해 접하게 된 새로운 식재료와 브랜드도 많고,

한창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에는

격리 중인 부모님께 맛있는 식재료를 보내 드리는

소위 '컬리 효도'라는 걸 해본 적도 있다.

단골까진 아니지만, 먹거리에 마음을 좀 더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는

꼭 한 번 들르게 되는 곳이랄까.


2.

이 책 <굿 센스>는 컬리의 창업 초창기 시절부터,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가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컬리가 중요하게 여긴 전략과 코어밸류를 담아낸 책이다.

그간 인터뷰 기사를 통해 종종 접해 오던 김슬아 대표의 이야기뿐 아니라,

CMO, CFO, COO 등 다양한 부문을 맡고 있는 책임자, 실무자의

이야기까지 고루 담겨 있어 좋았다.


컬리의 상세 페이지가 그러하듯,

이 책 역시 독자에게 이야기를 건네듯 친절하다.

쉽게 읽힐 만한 내용이 아님에도

2~3시간 정도 만에 완독할 만큼 술술 읽히는 편이었다. 


'브랜딩'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겉만 번드르르한 겉치레나

장식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컬리의 브랜딩은 비교적 심플하고 내실 있는 것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덮었을 때 기억에 남는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결국,

'좋은 것'이었던 걸 보면 말이다.


필요한 생필품을 값싸게 사기 위해 들르는 곳이 아니라,

좋은 음식, 좋은 식재료를 사기 위해 들르는 곳이라는 포지셔닝 그 자체가

바로 브랜딩이 된 것이다.


무턱대고 좋은 것이라고 현혹시키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컬리가 정의하는 '좋은 것'을 상품을 통해 느끼게 하는 것이

컬리의 브랜딩 과정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겠다.


"김슬아에게는 오래 품어온 의문 하나가 있었다. '세상의 좋은 것은 왜 소수의 사람만 누릴 수 있는 걸까?'" (17쪽)


"'좋은 음식을 먹는 일은 왜 이렇게 고단하고, 비싸고, 어려운가.' 그제야 깨달았다.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건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20-21쪽)


"시장이 달라지고 고객의 삶과 욕구가 변하듯, 컬리가 생각하는 '좋은 것'의 기준 역시 계속해서 변한다. 컬리가 말하는 '좋은 것'이 'something good'이 아닌 'something better'인 이유다. 컬리의 '좋은 것'은 절댓값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상태값이다. '지금', '우리 고객', '원하는' 모두 움직이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자연히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매일 달라질 수 있고, 달라져야 한다. 정답이 없기에 컬리는 끊임없이 세상과 사람을 관찰하며 오늘의 최선을 찾는다." (6-7쪽)


"컬리에는 '언제나 좋은 사과' 같은 건 없다." (7쪽)


3.

30대 후반이 된 어느 시점부턴가,

스스로를 '예비 창업가'로 생각하는 빈도가 늘기 시작했다.

조직에서 나와 내가 내 사업체를 꾸려야 한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소비자로서, 독자로서 집어든 이 책이

몇 년후엔 사업의 지침서가 될 날이 오지 않을지?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타협하지 않는 기준을 세워 가는 과정에

이 책이 '좋은' 지침이 될 것 같다.


#굿센스 #컬리 #세미콜론 #서평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명상이 나에게 - 내 머릿속 원숭이들과 잘 지내는 법 ㅣ 나에게
이근상 지음 / 몽스북 / 202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일기 #명상이나에게 #이근상 #몽스북 #서평단 #명상


30대 후반, 40대로 접어들며 주변에 명상을 시작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체력은 떨어지고, 챙겨야 할 대소사와 사람은 많아지고, 몸과 마음을 컨트롤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 역시 요가를 틈틈이 하며 명상을 시도했지만, 명상이란 무엇인지, 명상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은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그저 들숨날숨만 쉴 뿐이었다.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명상이 나에게>는 명상의 기초조차 없는 입문자, 초심자에게 '아, 나도 명상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미게 하는 책이었다. 명상 전문가가 쓴 책이었다면 도리어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생활인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다양한 번뇌와 감정, 명상 초심자로서 겪었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함께 들려주어 더 친숙하게 다가왔다.


이 책에서 가장 와닿았던 부분은 바로 '무상(無常)'에 대한 통찰이었다. '인생무상'하면 으레 허무함과 바로 연결짓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 감정 상태나 놓여 있는 상황이 늘 같을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상'의 인식이었다.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는 번뇌, 잡념, 감정을 내쫓으려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라는 집에 들어온 손님처럼 지켜보며, 섣불리 평가하지 않는 것. 그게 명상의 시작임을 알게 되었다.


무언가를 들고 있는 팔이 너무나 고통스럽다면? 저자의 유튜브 스승(!)의 혜안처럼 "Put it down"할 필요가 있다. 마음을 짓누르는 무언가와 겨루거나 버텨내는 것이 아니라 잠시 내려놓을 수 있기를, 머릿속과 마음을 비워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나저나 오늘 감사했던 일 3가지!

- 며칠 전 났던 아이의 큰 상처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는 것

- 오랫동안 연락을 못하고 지냈던 지인과 반가운 연락이 닿았던 것

- 앞이 깜깜했던 일들 중 하나를 어떻게든 마무리 지었던 것


<책 중에서>


"이 오렌지 주스의 무게는 얼마일까요?" 잠시 후 그가 알려준 답은 "얼마나 오래 들고 있는가에 따라 느껴지는 무게가 달라진다"였다. (중략) "팔이 느끼는 고통이 커지면 어떻게 해야 하겠냐?"고 그는 다시 묻는다. 오렌지 주스가 든 컵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스스로 답한다. "Put it down." 이 뻔한 한마디가 강펀치가 되어 마음을 내려친다. 30초쯤 쉰 후 컵을 들면 다시 가벼워진다는 말을 덧붙인다. (19쪽)


명상은 생각의 속도를 늦춰 준다.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면 시간을 길게 쓸 수 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생각과 생각의 사이가 길어지고 그 사이를 충분히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화살의 상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성급하게 두 번째 화살을 자신을 향해 쏘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수 있는 정신적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명상이 최선의 호신술인 셈이다. (28-29쪽)


명상은 이런 잡념을 없애는 수련이 아니다. 잡념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현상이다. 잡념이 나에게 찾아왔음을 알아차리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이 명상이다. (중략) 호흡은 온데간데 없고(물론 호흡은 계속하고 있지만), 몇 분간 잡념이 이끄는 대로 이리저리 끌려다닌다. 이때 집중력을 잃지 않고 호흡으로 빠르게 돌아오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중요한 것은 생각의 내용이나 생각을 한 것 자체에 대해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생각했다'라고 마음속으로 말하고 다시 호흡으로 돌아오면 된다. (37-38쪽)


무상(無常)함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상하다는 것은 '늘 그러할 수 없음'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은 상태가 늘 그러하길 바란다. 그런 바람이 정신적 고통과 갈등을 만들어낸다. 고통과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 (중략) 행복의 순간이 지속되길 원한다면 행복이 사라지는 순간에 불행이 그 자리를 냉큼 차지해 버린다.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가 행운이라는 역설이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행운은 늘 존재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다. 찾아올 확률이 낮기 때문에 기쁨이 크지만, 다시 찾아올 확률 역시 낮기 때문에 불행의 크기도 커질 수밖에 없다. (44-45쪽)


그렇다면 자신의 기분이 '늘 그러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는 일부터 실천하는 것이 좋다. 하루를 살면서 분노나 우울이 찾아와 내 기분을 흔들 수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하루 종일 평온하거나 기쁨에 충만한 기분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면 된다. 좋은 기분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은 집을 늘 새 집처럼 유지하기 위해 결벽증적으로 타인의 출입을 막고, 청소만 하며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46쪽)


분노와 좌절, 우울 같은 손님은 올 수밖에 없다. 문을 걸어 잠그고 그들의 방문을 막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결국 그들은 어떻게든 뚫고 들어오게 되어 있다. 손님이 찾아오면 객관적 태도를 유지하며 그들의 방문을 관찰하면 된다. 짧으면 5분, 길어야 하루이틀이면 떠난다. (46쪽)


근육을 만들고 싶으면 체육관 문을 열고 들어가 덤벨을 들거나 철봉에 매달려야 하듯, 마음의 근육을 만들고 싶다면 조용한 곳을 찾아 자세를 잡고 앉아 호흡에 집중하는 훈련을 해야만 한다. 마음에 근육이 생겨야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생긴다. (59-60쪽)


버리려고 했던 음식물 쓰레기를 다시 요리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요리와 쓰레기의 차이가 물질적 변화가 아니라 뇌의 놀음임을 깨닫자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은 명상 수련을 통해 가능해진다. 명상은 나로부터 빠져나와 나를 바라보는 과정이다. 실제로 가능하지는 않지만 이런 상상을 해보자. '진짜 내'가 유체 이탈을 통해 나를 마주 보고 앉는다. 그리고 지금 나의 뇌가 나의 몸이 어떤 상태인지 관찰하는 것이다. 이런 훈련을 거듭하면 뇌가 내뱉는 말을 거름망 없이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행동에 옮기는 대신 객관적으로 알아차리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지금, 나를 마주하고 앉아보라. 그것이 명상의 출발점이다. (72-7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 - 십 대를 위한 심리학자의 마음 수업
이고은 지음 / 아몬드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서일기 #무사히어른이될수있을까 #아몬드출판사 #서평단

현재의 마음 문제를 들여다보고 그 원인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0대 시절의 경험에 닿아 있을 때가 많다.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그 시기의 문제들을 마흔까지 끌어안고 사는 형국이라니.

이 책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을 위한 심리학 책이기도 하지만, 10대 때의 상처, 혼돈을 치유하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살아가는 비청소년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그 시기를 떠올려보면 모든 것에 돋보기 내지는 현미경이 드리워진 것만 같았다. 친구의 말 한마디, 부모와 교사의 표정과 말 한마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존재 자체가 흔들리기도 하는 시기였다. 그때 나에게 다가오는 문제들을 해석하고,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힘이 있었다면 조금은 덜 힘들었으려나.

-

이 책은 10대 시절 한 번쯤 겪었을 법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중심으로, 복잡한 감정을 해석하고 나와 타인 모두를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심리학을 자기계발의 도구로 삼거나, 누군가를 타자화시키는 데 쓰지 않는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요즘 인기 있다는 심리학 책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다 보면,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지키느라 나 외의 모든 것을 납작하게 타자화시킨다는 인상을 받기도 하는데, 이 책은 타인의 입장이나 스토리에도 세심하고 다정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어 좋았다.

또, 많은 미디어에서 사춘기 시기의 감정 변화와 혼돈을 ’중2병‘이란 말로 희화화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 혼돈의 이유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는 한편으로, 성인들 역시 여전히 유사한 혼돈을 겪어내고 있음을 일러준다. 때로는 저자 본인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도 가감 없이 꺼내 보여 주며, 10대 못지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위로한다. ’시간이 지나면 다 나아져‘라는 뻔한 위로가 아니라 더 좋았다.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까?”라는 책의 제목을 눈으로 가만 읽다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찌르르하다. ’미성숙’하다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 성숙한 척 감정의 파고를 꽁꽁 숨기느라 바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40대의 나와 10대의 내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국은 이어져 있는 존재란 사실이 청소년기를 지나 오는 이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저자와 엄마의 에피소드 중에, 엄마가 “그렇게 기억해 줘서 고맙다”는 말을 건네는 장면이 있는데, 이 말이 꼭 과거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에게 건네는 말인 듯해 먹먹했다. 이제는 과거의 일들을 떠올릴 때 저 말이 계속 생각날 듯하다. “그렇게 기억해 줘서 고맙다.”

-

10대 청소년 조카, 자녀를 둔 이들에게도, 10대 시절의 혼돈을 제대로 떠나오지 못한 이들에게 추천한다.

-

“이 책에는 심리학자가 된 지금의 제가, 십 대의 어린 저에게 해주고픈 소박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책을 쓰는 동안 저는, 사춘기 시절의 저와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상상을 했습니다. (…) 그 소중하고 고유한 십 대의 고민과 마음과 생각을, 심리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해석하고 풀어내 보고자 애썼습니다. 그 해석들은 때로는 심리학 지식의 모습으로, 또 때로는 어른이 되어 겪은 저의 재미있고 즐거운 경험으로 등장합니다.”(8-9쪽)

“우리가 가진 기억에는 ‘그때‘의 마음과 ’지금’의 마음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 지난 날을 어떻게 기억하는지에 따라 실제 걸어온 시간도, 지금의 마음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 참 행복했다‘는 말은, 그 기억을 떠올리는 지금 현재 행복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과거를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다면 더없이 따뜻한 과거를 살아온 사람이 됩니다.
십 대의 나를 만나는 일은 그때의 기억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일이었고, 소중한 기억만 모아 둔 마음 곳간에 차곡차곡 새로이 기억을 쌓아 올리는 작업과도 같았습니다. 청소년기는 분명 불편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무사히 지금을 있게 해준 고맙고 귀한 시절이었습니다. 지금 여러분은 훗날 어른이 되어 더없이 소중하게 기억할 귀한 계절을 통과하는 중이라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2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인생 녹음 중 - 노래와 웃음이 함께하는 티키타카 부부의 일상
인생 녹음 중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연예인 부부가 배우자(/반려인, 동거인)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유머코드라는 얘길한 적이 있다. 나도 여기에 백만 번 동의하는데, 한바탕 웃고 나면 인생사 모든 고난을 해결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날 힘은 얻기 때문이다. 


’아니 뭐 이런 소소한, 시시한 주제로도 서로를 웃게 할 수 있다고?‘


유튜브 ’인생녹음중‘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온갖 도파민에 절여진 콘텐츠들 속에서, 이렇게나 무해한 웃음을 주는 콘텐츠가 있다니! 비몽사몽한 아침 침대 맡에서, 드라이브 중에 창밖을 내다보며, 식탁에서 도란도란 간식을 나눠먹으며... 흔하디 흔한 일상 속 풍경에서 툭툭 던지는 얘기들로 부부는 서로를 기어코 웃게 만든다. 아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 무심코 얹는 남편의 (살짝은 불안정한) 화음은 또 어떤가. 들을 때마다 감탄하는 포인트는 때로는 듣기 싫은 잔소리일 수 있는 말들에 유머를 녹여내 변화구로 던지는 대목들인데, ’오, 저거 한 번 써먹어봐야겠는걸?‘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인생녹음중‘ 감상의 묘미 중 하나는 댓글들을 읽어 보는 것인데, ’인생녹음중을 들으며 식탁에서 가족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평소 고생하는 반려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어야겠다‘는 유의 댓글이 눈에 많이 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은 못 갚더라도, 같이 사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줄 수만 있다면야ㅋ 


유튜브에는 재미있는 일상들이 편집돼 담겨 있는 것일 테고, 실제 부부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비하인드를 담아 낸 책이 출간되었단 소식을 보자마자 ’서평단‘에 신청했다. 난 평소에 밝고 해사한 사람들을 보면 ’살면서 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남몰래 하곤 하는데, ’인생녹음중‘ 콘텐츠를 보면서도 내심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치만 왠걸. 우여곡절이 꽤나 많았더라. 그런 곡절 속에서도 매일같이 진행되어 온 부부의 유쾌한 대화는 ’꼭 좋은 일이 있어야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더라‘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유튜브에 실리지 않은 연애 이야기, 결혼식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했던 것도 좋았지만, 남편과 아내의 글이 차례차례 교차하며, 각자의 생각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편집도 좋았다. 처음 연애하던 시절보다도 지금 더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 나오는데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고백처럼 느껴졌다. 유머란 게 그런 거 아닌가? 서로에 대해 잘 알수록, 더 세심하고 다정하게 웃겨 줄 수 있는 것. 이들이 10년, 20년 함께 살아가며 쌓아갈 유머 내공이 앞으로도 더 기대된다.

 

-


친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명목은 ‘에어컨 파티‘였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삼복더위에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었는데, 이젠 손님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집에 온 사람들마다 벽에 걸린 작은 에어컨의 놀라운 성능을 칭찬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인생 녹음 중> 94쪽


여태껏 살면서 보아온 훌륭한 분들은 막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가볍고 유쾌했다. 체면치레나 근엄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난기 가득한 유머로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도, 상대방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면도 지니고 있었다. 권위적이거나 냉소적인 모습보다도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진정한 고수 같다는 진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정신 단계의 최종 지점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라고 어느 위대한 철학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 녹음 중> 130-131쪽


남편과 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마음속 깊이 각인된 순간은 어느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아니라, 우리가 순수한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던 때였다. 그런 일은 꼭 특별한 공간이나 시간이 어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부엌에서 커피를 내릴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다. 준비물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 가볍게 웃을 유쾌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수두룩해도 억지로라도 으하하하 웃어 보이는 배짱울 가져보자. 세상은 배짱이 두둑한 사람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인생 녹음 중> 132-13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번역: 황석희 - 번역가의 영화적 일상 에세이
황석희 지음 / 달 / 2023년 11월
평점 :
품절


책의 마지막 장으로 다가가는 게 아쉬울 정도로 정말 잘 읽었습니다. ‘직업‘, ‘프로페셔널‘에 대한 고민이 많은 시기였는데, 황석희 번역가님의 글들에서 많은 힌트들 얻고 가네요. 바쁜 일과 중에 책 내는 일이 쉽지는 않으시겠지만, 다음 책도 꼭 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기 남깁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