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녹음 중 - 노래와 웃음이 함께하는 티키타카 부부의 일상
인생 녹음 중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평점 :
품절


어느 연예인 부부가 배우자(/반려인, 동거인)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바로 유머코드라는 얘길한 적이 있다. 나도 여기에 백만 번 동의하는데, 한바탕 웃고 나면 인생사 모든 고난을 해결할 순 없더라도, 적어도 훌훌 털어내고 다시 일어날 힘은 얻기 때문이다. 


’아니 뭐 이런 소소한, 시시한 주제로도 서로를 웃게 할 수 있다고?‘


유튜브 ’인생녹음중‘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들었던 생각이다. 온갖 도파민에 절여진 콘텐츠들 속에서, 이렇게나 무해한 웃음을 주는 콘텐츠가 있다니! 비몽사몽한 아침 침대 맡에서, 드라이브 중에 창밖을 내다보며, 식탁에서 도란도란 간식을 나눠먹으며... 흔하디 흔한 일상 속 풍경에서 툭툭 던지는 얘기들로 부부는 서로를 기어코 웃게 만든다. 아내가 즐겨 부르는 노래에 무심코 얹는 남편의 (살짝은 불안정한) 화음은 또 어떤가. 들을 때마다 감탄하는 포인트는 때로는 듣기 싫은 잔소리일 수 있는 말들에 유머를 녹여내 변화구로 던지는 대목들인데, ’오, 저거 한 번 써먹어봐야겠는걸?‘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든다.


’인생녹음중‘ 감상의 묘미 중 하나는 댓글들을 읽어 보는 것인데, ’인생녹음중을 들으며 식탁에서 가족들과 재미있는 대화를 하려 노력하기 시작했다‘, ’평소 고생하는 반려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해주어야겠다‘는 유의 댓글이 눈에 많이 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은 못 갚더라도, 같이 사는 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달래줄 수만 있다면야ㅋ 


유튜브에는 재미있는 일상들이 편집돼 담겨 있는 것일 테고, 실제 부부의 일상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비하인드를 담아 낸 책이 출간되었단 소식을 보자마자 ’서평단‘에 신청했다. 난 평소에 밝고 해사한 사람들을 보면 ’살면서 큰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남몰래 하곤 하는데, ’인생녹음중‘ 콘텐츠를 보면서도 내심 그런 생각을 했더랬다. 그치만 왠걸. 우여곡절이 꽤나 많았더라. 그런 곡절 속에서도 매일같이 진행되어 온 부부의 유쾌한 대화는 ’꼭 좋은 일이 있어야 웃을 수 있는 건 아니더라‘라고 말해 주는 듯하다. 


유튜브에 실리지 않은 연애 이야기, 결혼식 이야기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접했던 것도 좋았지만, 남편과 아내의 글이 차례차례 교차하며, 각자의 생각을 더 깊게 들여다볼 수 있는 편집도 좋았다. 처음 연애하던 시절보다도 지금 더 사랑한다는 이야기가 곳곳에 나오는데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고백처럼 느껴졌다. 유머란 게 그런 거 아닌가? 서로에 대해 잘 알수록, 더 세심하고 다정하게 웃겨 줄 수 있는 것. 이들이 10년, 20년 함께 살아가며 쌓아갈 유머 내공이 앞으로도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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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명목은 ‘에어컨 파티‘였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삼복더위에 누군가를 초대할 수 없었는데, 이젠 손님을 부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집에 온 사람들마다 벽에 걸린 작은 에어컨의 놀라운 성능을 칭찬하며 진심으로 축하해주었다. <인생 녹음 중> 94쪽


여태껏 살면서 보아온 훌륭한 분들은 막 내려앉은 눈송이처럼 가볍고 유쾌했다. 체면치레나 근엄 같은 단어와는 거리가 멀었다. 장난기 가득한 유머로 분위기를 들었다 놨다 하다가도, 상대방의 어려움에 공감하는 면도 지니고 있었다. 권위적이거나 냉소적인 모습보다도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모습이 오히려 진정한 고수 같다는 진한 인상을 남겼다. 모든 정신 단계의 최종 지점은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라고 어느 위대한 철학자가 말하지 않았던가. <인생 녹음 중> 130-131쪽


남편과 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아왔다. 마음속 깊이 각인된 순간은 어느 유명한 레스토랑이나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아니라, 우리가 순수한 아이처럼 해맑게 웃었던 때였다. 그런 일은 꼭 특별한 공간이나 시간이 어니더라도 언제 어디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부엌에서 커피를 내릴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차 안에서 노래를 부를 때에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다. 준비물은 딱히 필요하지 않다. 가볍게 웃을 유쾌한 마음만 있으면 된다.

나를 힘들게 하는 일이 수두룩해도 억지로라도 으하하하 웃어 보이는 배짱울 가져보자. 세상은 배짱이 두둑한 사람에게 더 중요한 일을 맡기기 마련이니 말이다. <인생 녹음 중> 132-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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