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우지 않아도 삶에 스며드는 축복
정애리 지음 / 놀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상과 맞닿아있는 문장들에 미소가 번지기도 하고,

내 마음을 북적이고 있던 상황들에 비추어 눈물이 흐르기도 하고,

차분하고 고요하게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을 내려놓고 마음을 다독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p.46) "가지치기_

...

채워야 할 때도 있지만,

떨구고 버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것들을 채우기 위해선 먼저 잔을 비워야 하지요

나이 들면 좀 더 단순하게 살고 싶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내게는 가진 것들이 참 많이 있네요"

채우기 위해서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모른척하며 늘 채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가?

얼마나 채워야 이제 그만이라고 외칠 수 있는 것일까?

사람에게 채움으로 인한 만족할 수 있는 지점이 있기는 한 것일까?

(p. 74) "살아내는 풍경_

열일하고 있습니다

그저 호수에 떠 있는 한가로운 오리들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당겨 보니

살아가기 위해 열심이에요

꽁지까지 하늘로 쳐들고.

멋진 풍경처럼 보이는 그 누구라도

가까이 당겨 보면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겠지요.

그대의 살아내는 오늘도

멀리서 보면 풍경입니다"

내게 주어진 많은 역할들과 매일 만나고 헤어지는 사람들 사이에서 북적이며 삶이 버거워진 상태에서

살아내느라 애쓰고 있다는 문장을 읽으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가까이서 보는 내 삶은 전쟁터같은 일상이었는데

멀리 떨어져 보면 그 또한 풍경이 된다고 하니 얼마나 위로가 되던지요.

내가 매일 열심이라는 이름으로 쏟아붓고 있는 에너지들이 어느 순간 허무함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너무 가까이 있어서 보지 못했나보다.

가끔은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삶의 공백을 만드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매번 남을 향한 측은지심만 가지고 있었는데

가끔은 내 삶에 대한 측은지심을 가지고 나 스스로를 토닥토닥해줘도 되는 것 같다.

나에게도 조금은 관대해져보기.

앞으로는 그래야 할 것 같다.

(p. 212) "비워야 내가 되는 나눔_

힘을 내야 할 떄와 힘을 뺴야 할 떄. 너무나 힘을 빡빡 주고 열심히 산 것 같습니다. 조금 쉬어가며 해도 됐을텐데 성실이라는 이름으로 엄청 열심히 달렸습니다. 죽은 똥, 살 똥. 그러니 어깨고 어디고 근육이 잔뜩 뭉쳐 있지요. 이제는 힘 좀 뺴고 살아 보려고요."

내가 참 자주 듣는 소리 중에 하나가 힘 좀 빼라는 말이다.

참 튼튼해서 잘 아프지 않는 내가 항상 아픈 시기가 있다.

연말이 지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의 처음은 늘 감기몸살, 근육통 등으로 출근하지 못할 정도로 앓아 눕는다.

아마도 긴장하고 마무리 지은 뒤 잠시 잠깐 풀려진 긴장 탓인 것 같다.

나와 너무 닮은 모습을 말하고 있어서 피식 웃음도 났다.

그만 열심히 하고 싶은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욕심도 많고, 나를 매번 채찍질하게 된다.

올해는 정말 힘을 좀 빼보자. 그만 열심히 하자. ㅎ

이렇게 다짐을 해보지만... 자신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게 주어진 많은 역할들을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고 싶지 않아서,

잘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선택한 것들이기에...

책을 덮으면서 얼마 전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년)'의 대사가 문득 떠올랐다.

(16화 중에서) "젊은 날은 그렇게 모든 걸 하나라도 더 가지라고, 놓치지 말라고 악착같이 살라고 내 어머니의 등을 떠밀더니 이제 늙어서는 자신이 부여잡은 모든 걸, 그게 목숨보다 귀한 자식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다 놓고 가라고. 미련도 기대도 다 놓고 훌훌가라고 등을 떠밀고 있으니 인생은 그들에게 얼마나 잔인한가"

드라마 장면을 되감으며 여러번 듣고, 또 들었다. 너무 공감이 되어서..

배우 정애리는 우리 삶의 무게들을 가볍게 비워내는 것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빈 손으로 와서 결국에는 빈 손으로 가는 것임을...

다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면 어느 순간 내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손은 꽉 쥐어져 있다.

그런 순간마다 다시 한번씩 읽고 싶은 책을 만난 것 같다.

잠시 앉아서 한 편, 한 편의 이야기들을 읽으며

내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으며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올해 내 삶의 자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책을 놓아 두고 자주 펼쳐보아야겠다.

내 삶을 잘 살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아마도 많은 연습이 필요할 것 같지만,

열심으로만 채워진 삶이 아닌 공백이 있는 삶으로 살아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