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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랬다. 살아오는 동안, 그녀는 많은 일을 최종 결과가 나올때까지 밀고 나갔다. 하지만 모두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사과만 하면 간단히 끝날 불화를 계속 끈다거나, 관계가 밋밋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남자에게 끝내 먼저 전화를 걸지 않는다거나 하는. 그녀는 가장 쉬운일에서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강하며 무심하다는걸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허약했고, 학업이나 운동시합에서 결코 두드러진 성적을 거둔적이 없으며, 가정을 화목하게 가꾸지도 못했다.
그녀는 자잘한 결점들과 싸우느라 지쳐 정작 중요한 문제에서는 쉽게 무너졌다. 독립심 강한 여자 처럼 행동 했지만, 내심으로는 같이 지낼 사람을 열렬히 갈구 했다. 그녀가 나타나면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 집중되었지만, 그녀는 대개 홀로 밤을 보냈다. 수도원에서 ,제대로 나오지도 않는 텔레비전 앞에 앉아서. 그녀는 모든 친구들에게 자신이 선망의 모델이라는 인상을 심어 주었다. 그리고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의 이미지에 부합하려 애쓰느라 모든 에너지를 소비했다.. 본문中>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정상인'의 의미에 부합하는 '우리'가 가진 결점.
습관적인 일상에 스스로를 통제함으로써 생기는 호기심,열정의 부재.
그로인해 더이상 살 이유를 찾지 못해 죽기로 결심한 베로니카가 자살에 실패 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는 자신들이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인 정신병원에서 무의미하기만 했던 덧없는 모든 일상을 느끼고 싶음을 알게된다.
<사회적 관점에서 볼때, 이 병의 유일한 장점은 그것이 이미 정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독의 정도가 너무 심해 환자의 행동이 주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격리가 필요치 않았다. 대부분의 아메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쌓아놓은 높은 벽들로 인해, 겉보기에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세상과 완전히 격리되어 있어서, 외부에 머물러 있다 하더라도 사회나 타인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본문中>
인간은 최소한의 '도덕'과 '자유의지' 사이에서 늘 갈등 한다. 누군가의 기대치와 기준치에 부응하기 위한 노력에 동반하는 스트레스. 빌레트 정신병원의 미친환자들과 바깥세상의 미치지않은사람의 차이. 그경계의 구분은 누군가가 구분지어놓은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의지에 따른다는 것을 . 베로니카가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꽤나 진실하다. 무거워보이지만 실로 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야 말로 인간의 원초적인 의무 아닌가. 무엇이 나를 만족스럽지 못하게 만들었나, 나는 왜 절망 스러운가. 누군가가 바라는 의지가 아닌 '나의 의지'가 필요하다 .
< 인간은 각종 조건들이 양호할 때에만 정신이 이상해지는 사치를 부린다는 것이었다..>
<마리아의 생각으로는, 그 어려움은 카오스, 즉 질서의 붕과 혹은 무정부 상태가 아니라 질서의 과잉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사회는 점점 더 많은 규칙들로, 그 규칙들을 반박하기 위한 법류들로, 또 그법률들을 반박하기 위한 새로운 규칙들로 넘쳐났다. 그것이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법규를 일탈할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