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수잔 위그스 지음, 허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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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도서명 :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저자명 : 수잔 위그스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
📅출간일 : 2026년 10월 08일

세상이 지우려 했던 소녀들, 그러나 끝내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

잘못한 것도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자유를 빼앗긴다면 어떨까?

내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면 그 막막함을 어떻게 견뎌야 할까?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은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어른들의 결정에 의해 자유를 빼앗긴 소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메이린은 공부도 잘하고 호기심도 많으며,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꿈꾸는 평범한 소녀다. 친구들과 영화를 보고, 운전을 배우고, 사랑에 설레기도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죽음과 가족의 변화로 메이린의 일상에는 조금씩 균열이 생긴다.

특히 새아빠의 성적 위협은 메이린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다. 메이린은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엄마는 딸의 말을 믿어 주지 않는다.

결국 메이린은 ‘선한 목자의 집’이라는 시설에 보내진다.

이름만 들으면 도움이 필요한 소녀들을 보호하는 곳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곳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메이린에게 주어진 것은 따뜻한 보호가 아니라 이름 대신 불리는 번호와 엄격한 규칙, 끝없는 노동이었다.

소녀들은 세탁실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내며 수녀들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작은 실수에도 모욕과 체벌이 뒤따르고, 외부와 자유롭게 연락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곳에서 메이린은 앤절라, 오데사, 헬렌, 케이 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소녀들을 만난다.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것은 이곳에 있는 소녀들이 모두 무언가 잘못해서 갇힌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가족에게 외면당하거나, 가난하거나, 당시 사회가 정해 놓은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빼앗긴 아이들.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니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오히려 가장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이린은 그런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수녀들의 부당한 행동에 의문을 품고, 자신뿐 아니라 친구들이 겪는 고통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혼자였지만, 앤절라와 오데사, 헬렌을 비롯한 소녀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달라진다.

이 책은 소녀들이 겪는 고통을 꽤 현실적으로 보여 준다.

특히 가족과 사회, 종교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억압을 읽을 때는 답답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어른들이 옳다고 믿는 일이 언제나 아이들에게도 옳은 것은 아닌데, 소녀들에게는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거나 선택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도 소녀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작은 즐거움을 찾아낸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평범한 순간들이 오히려 더 애틋하게 느껴졌다.

이야기는 소녀들이 보낸 어린 시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시절의 기억이 각자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보여 준다.

시설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모든 상처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마음속에 남아 있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문득 떠오른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자유를 되찾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자신의 삶을 이어 가는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했다.

6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메이린과 친구들의 삶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됐다.

물론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한 책은 아니었다. 화가 나는 장면도 많았고, 안타까워서 책장을 잠시 멈추게 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읽고 싶었던 것은 소녀들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니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길들여지지 않은 소녀들》.

누군가는 그들을 문제아라고 불렀지만, 어쩌면 그들은 그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싶었던 평범한 소녀들이 아니었을까.

이 책에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잔인했던 시설의 모습보다도, 그 안에서 서로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던 소녀들의 모습이다.

자유를 빼앗을 수는 있어도, 자유를 원하는 마음까지 빼앗을 수는 없다는 것.

그리고 누구도 자신의 삶을 선택할 권리를 함부로 빼앗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 소설이었다.


리노의책들 서평단모집
알에이치코리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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