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극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로드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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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서평단>
📚도서명 : 가족극
✏️저자명 : 미야베 미유키
🏢출판사 : 북로드
📅출간일 : 2026년 09월 11일

도쿄의 한 주택가, 48세 회사원 도코로다 료스케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도코로다에게는 아내 하루에와 딸 가즈미가 있었고, 집 역시 사건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경찰은 도코로다의 주변 인물과 사건 당일의 행적을 하나씩 조사하며 범인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평범한 살인사건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코로다의 인간관계를 조사할수록 가족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도코로다에게는 현실의 가족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가족’이 있었던 것이다.

그 가족은 혈연으로 이어진 사람들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니었다.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 각자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맡아 만든 일종의 ‘가족놀이’였다.

이들은 서로의 본명도, 얼굴도, 어디에 사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현실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인지조차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인터넷 안에서는 가족이 되어 메일과 채팅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일상을 나눴다.

겉으로만 보면 인터넷에서 하는 역할극에 불과해 보인다.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이들에게 이 관계가 생각보다 훨씬 진지했다는 걸 알게 된다.

현실의 가족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고민을 이야기하고, 힘든 일이 생기면 위로를 받고, 별것 아닌 하루의 이야기를 나눈다. 현실에서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 인터넷 안에서는 서로를 걱정하고 기다려주는 가족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 오히려 현실의 가족보다 편하게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존재가 된 셈이다.
그리고 그 ‘가족’에서 아버지 역할을 하던 사람이 바로 살해된 도코로다였다.

도코로다의 죽음으로 인터넷 안에서만 이어지던 관계는 갑작스럽게 현실로 끌려 나온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가족놀이에 참여했던 사람들도 조사 대상이 되고, 그동안 서로의 실제 모습을 알 필요가 없었던 사람들은 이제 상대가 현실에서 누구였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도 생긴다. 서로의 진짜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왜 굳이 가족이 되어야 했을까. 그리고 현실에도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왜 인터넷에서 또 다른 가족을 필요로 했을까.

사건을 맡은 다케가미 에쓰로와 이시즈 치카코는 도코로다의 죽음을 추적하면서 이들의 기묘한 관계도 하나씩 들여다본다. 그리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역할놀이라고 생각했던 관계 뒤에 각자가 현실에서 품고 있던 외로움과 상처도 조금씩 드러난다.

『가족극』을 읽으면서 나는 살인사건 자체보다 ‘가짜 가족이 진짜 가족보다 편할 수도 있다’는 설정이 더 흥미로웠다.
가족은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하지만 가까운 만큼 기대도 크고, 그래서 더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

괜히 걱정시킬까 봐 말하지 못하고, 실망시킬까 봐 감추기도 한다. 반대로 현실의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이상할 정도로 솔직해질 때도 있다.

그래서 가족놀이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들이 단순히 현실을 도피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현실에서 보면 이들의 관계는 ‘가짜’다. 서로의 진짜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주고받았던 위로나 걱정, 친밀함까지 모두 가짜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어쩌면 이 작품 속 가족놀이는 외로운 사람들이 서로에게 잠시 가족이 되어준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관계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선을 덜 의식하게 되고, 그래서 평소라면 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한다.

읽으면서 계속 생각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사람을 ‘안다’는 것과 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것.

같은 집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가족이라도 내가 모르는 모습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한 적 없는 사람과 누구에게도 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나눌 수도 있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진짜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보다 오히려 이런 생각이 오래 남았다.

가족이라서 서로를 이해하는 걸까.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가족이 되는 걸까.

살인사건의 진상을 따라가는 미스터리의 재미도 있었지만, 책을 덮고 난 뒤에는 이상하게 범인이나 사건보다 이들의 기묘했던 ‘가족놀이’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책읽는 쥬리 서평단모집
북로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가족극 #미야베미유키 #북로드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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