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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 호시스 ㅣ 슬라우 하우스
믹 헤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6년 8월
평점 :
실패한 스파이들이 모인 곳, 슬라우 하우스
주인공 리버 카트라이트는 MI5 훈련 작전에서 큰 실수를 저지른 뒤, 실패한 요원들이 모이는 슬라우 하우스로 좌천된다.
다시 본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그에게 주어지는 일은 제대로 된 첩보 임무와는 거리가 멀다. 서류를 정리하거나 쓰레기를 뒤지는 등, 누가 봐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어 스스로 그만두게 하려는 듯한 일들뿐이다.
그리고 이곳의 책임자가 잭슨 램이다.
지저분하고 무례한 데다 부하들에게 막말까지 서슴지 않는 인물. 아무것도 관심 없는 것처럼 굴고 매사 귀찮아 보이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는 상황을 누구보다 빠르게 읽어낸다.
리버는 본부로 돌아갈 기회를 잡고 싶어 하던 중 극우 성향의 기자 로버트 홉든을 조사하게 된다. 처음에는 별 의미 없어 보였던 임무였지만, 홉든의 주변을 조사할수록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젊은 남성 하산 아메드가 극우주의자들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납치범들은 하산을 살해하겠다고 예고하고, 사건은 순식간에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다.
여기에 슬라우 하우스에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홉든은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하산은 무사히 살아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사건은 슬라우 하우스와 어떻게 연결되는 걸까.
처음에는 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던 이야기들이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긴장감도 함께 높아진다.
사실 초반부는 개인적으로 조금 힘들었다.
등장인물이 생각보다 많고 영국 정보기관과 정치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이름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 사람은 누구였지?’ 하면서 앞부분을 다시 확인한 적도 여러 번.
사건이 처음부터 빠르게 터지는 스타일도 아니라서 생각보다 천천히 읽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따로 흩어져 있던 퍼즐 조각이 하나씩 맞춰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슬라우 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어떤 이유로든 조직에서 밀려난 사람들이다.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도 있고, 성격에 문제가 있는 사람도 있고, 각자 말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가진 사람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정말 제목 그대로 ‘한물간 요원들’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들을 바라보는 내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다.
실패했다는 것과 무능하다는 것은 같은 의미일까?
한 번의 실수나 과거의 잘못 때문에 실패자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정작 사건이 벌어졌을 때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처음의 인상과는 꽤 다르다.
특히 리버가 마음에 들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다시 본부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모습이 때로는 답답하고 성급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완벽한 엘리트 스파이보다 인간적으로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됐다.
《슬로 호시스》는 화려하고 멋진 스파이들의 활약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첩보물과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조직에서 밀려난 사람들, 실패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 서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한 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조금 천천히 달리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목 그대로 ‘느린 말들’이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꽤 재미있어진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재미있고,
실패한 사람들이라서 오히려 더 응원하게 되는 이야기였다.
비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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