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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전 없는 진료실
센카와 다마키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6년 4월
평점 :
괴짜 의사 아오시마 린타로와 간호사 미카가 환자와 가족들의 불안, 고집, 오해, 마음의 병을 들어주는 옴니버스식 힐링 소설이다.
반바지 차림에 디저트를 좋아하는 린타로는 겉보기에는 미덥지 않아 보이지만 뛰어난 실력을 지닌 의사다. 그는 단순히 병을 진단하고 약을 처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들이 왜 불안해하고 고집을 부리는지 그 마음까지 이해하려 한다.
이야기에는 고령인데도 운전을 포기하지 않는 아버지, 검증되지 않은 영양제에 빠진 가족, 민간요법을 맹신하는 보호자, 스트레스로 병을 앓는 회사원 등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린타로와 미카는 이들의 사연을 차분히 듣고, 병 자체보다 그 뒤에 숨겨진 외로움과 두려움, 가족 간의 갈등을 함께 마주하게 만든다.
달콤한 디저트와 차 향기가 가득한 작은 진료실에서 사람들은 비로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나간다. 린타로는 환자의 병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과 사정을 들여다보는데, 그 모습이 바쁜 현실 속에서는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실제로 병원에 가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불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소설은 그런 현대 의료의 아쉬움을 따뜻하게 짚어낸다.
하지만 작품 속 미카의 과거 이야기는 읽는 내내 큰 분노를 느끼게 했다. 대학병원 부원장이 저지른 성추행을 두고 “마사지였다”, “오해다”라고 변명하는 장면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피해자가 분명히 불쾌감과 공포를 느끼고 성추행이라고 말했는데도, 가해자는 자신의 의도를 핑계 삼아 행동을 정당화하려 한다. 결국 핵심은 상대의 동의 없이 신체적 접촉을 했다는 점인데, 이를 가볍게 넘기려는 태도가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더 화가 났다.
또 병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위계가 강한 조직이다 보니, 미카가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 상황이 자연스럽게 떠올라 더욱 씁쓸했다. 그래서 오히려 린타로가 미카를 존중하며 함께 일하는 모습이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특히 바쁘고 지친 일상 속에서 누군가 내 이야기를 차분히 들어주는 느낌의 소설을 찾는 사람이라면 더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오팬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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