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 다경
서미애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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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 여우누이, 다경 - 서미애
서미애의 《여우누이, 다경》은 분량은 짧지만 끝까지 긴장을 놓기 어렵다. 심리 스릴러의 틀 위에 전통 설화의 분위기가 얹히면서, 읽는 동안 설명하기 힘든 불안감이 계속 따라온다. 크게 자극적인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묘하게 마음이 편치 않다.

정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 부부의 장례식장에서 홀로 남은 외동딸 다경을 집으로 데려온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지만, 다경이 머물기 시작하면서 집 안에는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누군가 크게 문제를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어딘가 어긋난 느낌이 계속 쌓인다.

다경은 부모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단순한 사고로 넘기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들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부모가 저수지 근처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있었다는 사실,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듣게 된 어른들의 대화는 다경을 진실 쪽으로 조금씩 끌어간다. 인상적인 점은, 이 과정에서 다경이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사건을 덮으려 하거나 외면하지만, 다경은 혼자서 관찰하고 기억하며 의심한다. 그녀가 정환의 집에 머무는 이유는 단순히 살 곳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부모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다.

범인이 드러난 뒤에도 이야기는 전혀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마음이 허전해진다. 진실이 밝혀졌다고 해서 상처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갈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다경은 약한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강한 아이도 아니다. 울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는다. 그게 대단해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마음이 아프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 같아서 그렇다. 아이가 혼자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운 진실을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씁쓸했던 건, 일이 다 끝난 뒤에도 다경에게 아무도 “괜찮냐”고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건은 끝났지만 다경의 삶은 계속된다. 이 소설은 사건 자체보다도, 그 이후에 남겨진 다경의 시간이 더 오래 남는다. 읽고 나서도 계속 생각났다. 결국 어른들의 선택 속에서 가장 크게 상처 입은 사람은 아이였다는 사실이 쉽게 잊히지 않는다.

한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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