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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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는 평범한 회사원 쇼세이의 하루가 이어질 뿐이지만,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의 대부분은 화자 ‘나’가 관찰하는 인간의 논리·사회·윤리·가치가 가진 무의식적 폭력성에 있다.

읽는 동안 가장 흥미로웠던 지점은, 어느 순간부터 쇼세이를 응원해야 하는지, 측은해해야 하는지, 불편해해야 하는지조차 판단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었다.

쇼세이는 무기력하거나 나약한 인물이 아니다.
다만 공동체의 성장 논리에 자신을 바치고 싶지 않은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그 태도는 사회가 가진 정상성과 생산성의 압력을 잔인할 만큼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읽는 내내 계속해서 내가 평가를 받는 기분이었다.
쇼세이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쇼세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어떤 인간인지 드러나는 순간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불편했던 장면은 쇼세이가 사회에 기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때,
내 안에서 자동적으로 튀어나온 “그래도 노력은 해야지”라는 생각이었다.

무언가를 이루어야 하고, 성장해야 하고, 생산성을 높여야만 삶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는 믿음.
그걸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왔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당연함이 누군가에게는 잔인할 수 있다는 사실을, 쇼세이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쇼세이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나는 그가 틀렸다는 증거를 찾고 싶은 마음을 느꼈다.
그 순간 선명해졌다.
나는 사회를 위해 살아온 것이 아니라, 사회에 길들여진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아온 것이었구나.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찾아왔다.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을 인정할 수 있게 된 데서 오는 해방감이었다.

《생식기》는 삶의 의미를 찾고 싶은 사람보다,
삶의 의미를 강요당해 온 사람에게 더 필요한 소설이었다.

✔️짧은 리뷰를 좀 해보자면……
《생식기》는 쇼세이라는 인물을 통해 사회가 ‘정상’이라 부르는 삶의 방식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 드러낸다.
아무것도 이루지 않아도 되는 삶, 기여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 의미를 강요당하지 않는 개인.
이 소설은 그런 삶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지만, 그 질문을 피하지 못하게 만든다.
읽는 동안 불편함과 해방감이 번갈아 가며 밀려오는, 생각이 멈추지 않는 작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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