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리을 이야기 ㅣ 달콤한 숲 2
신소영 지음 / 씨드북(주)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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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오율은 케이팝을 듣고, 도서관에서 랭보의 시를 읽는다.
그때마다 공중으로 15센티미터 떠오른다.
그건 누군가에게 허무맹랑한 상상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오율에게는 세상을 버티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렇게 ‘리을’은 그에게 리듬이자 호흡, 그리고 꿈의 모양이 된다.

그런 오율 앞에 ‘을오’라는 소년이 나타난다. 이름에 ‘ㄹ’을 품은 아이. 을오와 오율은 상처를 나누기보다 리듬을 주고받으며 연결된다. 둘은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냥 함께 듣는다.
같은 음악을, 같은 시를, 같은 공기를. 그 청취의 순간, 두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워진다.

을오와 오율의 관계는 ‘상처의 공유’가 아니라 ‘리듬의 교감’이다.
둘은 서로의 박동을 듣고, 음악과 시로 마음을 주고받는다. 사랑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둘이 함께 진동하는 순간만큼은 세상이 달라진다.
그 순간의 감정이 이 책이 가진 가장 순수한 로맨스다.

폭력, 가난, 불안한 가족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오율은 ‘리을’이라는 자음 하나로 세상과 자신을 이어 붙인다. 케이팝의 가사, 랭보의 시, 고려가요까지 이어지는 리듬 속에서 오율은 자신의 리을, 즉 자신만의 질서와 세계를 만들어 간다.

『나의 리을 이야기』가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거대한 구원이 아닌, 아주 작은 떠오름을 다룬다는 점이다.
오율이 공중에 뜨는 높이는 고작 15센티미터지만, 그 미세한 높이가 현실과 절망 사이의 틈을 만들어 준다.

책을 덮고 나니 문득 내 안의 ‘리을’을 떠올리게 된다.
지금 이 순간, 나를 살게 하는 리듬은 무엇일까. 음악일 수도 있고, 글쓰기일 수도, 아니면 누군가의 따뜻한 한 문장일 수도 있겠다.

책 속 오율처럼 나 역시 세상을 버티기 위해 나만의 리듬을 찾았던 시절이 떠올랐다. 누군가에겐 별것 아닌 취미, 사소한 습관일지라도 그게 나를 조금이라도 ‘떠오르게’ 했다면 그건 분명 나의 ‘리을’이었을 것이다.

이 책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조금이라도 가볍게 숨 쉬는 법을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건 거대한 용기나 완전한 도약이 아니라 15센티미터의 떠오름, 그만큼의 여유일지도 모른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위로로,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지낸 몽상의 감각으로 남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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