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 미친 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경영 옮김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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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북유럽국가란?

세금은 엄청나게 내지만 그만큼의 복지혜택을 누리는 풍요롭고 잘 사는, 양성이 평등하고 어떠한 불평등도 거의 없는 나라.

게다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내게 북유럽 장르소설은 부럽고 동경의 대상이다.

차가움과 우울함을 동반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있는 것 같은 멋짐?의 대명사같은 북유럽 사람들과 문화를 동경한다.

오, 근데 맙소사. 이 책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에 나오는 북유럽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끄럼쟁이였던 것이다. 차갑고 우울함의 이유가 '수줍음' 때문이라니. 거기에다가 알콜중독과 일상적인 우울증세는 내가 보기엔 심각할 정도이다. (많은 정신분석가들은 우리나라의 우울증과 서양인의 우울증을 구별해야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의 우울증은 '한'-억울함, 분함 등-에 대한 무기력증이고, 서양인의 우울증은 원죄?에 대한 죄책감으로 인한 우울증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지중해의 나라나 한해 내내 햇살이 가득한 나라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우울함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물론 미디어에 비친 모습만 보아서는). 환경탓인지 모르지만 시종일관 밝고 명랑한 낙천적인 그들과는 반대로 한해의 절반 이상이 추운 나라(심지어 하루종일 낮인 백야현상까지 있다)에 사는 사람들은 하루종일 알콜에 절어있거나 몸을 움츠리고 온갖 세상의 고민은 가득 담은 무표정한 우울한 표정의 사람들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마이클 부스는 스스로 말하길 건방진? 영국인으로서 북유럽국가(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일명 스칸디나비아 나라들을 탐방해 그들에 대해 솔직하게 적어내려간 이야기이다. 소제목이 '거의 미친듯이 웃긴 북유럽 탐방기'인데 사실 그렇게 미친듯이 웃기지는 않는다. 원래 서양유머와 동양유머는 핀트가 약간 어긋나는 것이 있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꽤 웃었던지 짝꿍이 그렇게 웃기냐며 물어보긴 했으니 좀 웃기기는 했나보다. ^^;;;(사우나와 이름부분에서 많이 웃었다 ㅋㅋ)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의 나라 - 부유하고 평화롭고 화목하고 진보적인 나라-인 북유럽. 하지만 그 나라에서도 점차로 삐걱되고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다.

모든 자본주의(이제는 신자유주의라고 부르는) 나라가 그렇듯이 점차 양극화되는 사회, 고령화되는 사회, 저출산, 이민자, 거대해진 복지제도, 불평등 등이 사회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할머니'라는 소설을 보면 복지천국이라는 스웨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읽고는 과연 스웨덴 복지가 허와 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역시나 '돈'이 문제라는 사실에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 모두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이다.

북유럽 국가의 정부나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이미 금이 가고 둑은 무너지려고 하는데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은 점차 우익화되는 (우리나라말로 하면 보수꼴통-이 책에서는 우익화가 커지는 이유 중 하나로 언론과 미디어를 꼽고 있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비판없이 써주고, 읽어주고, 보여주고... 결국 그들의 덩치를 키우고, 국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드는-거짓말도 세번 이상 하면 진실이 된다는 말도 있다) 경향을 우려하고 있다. 저자의 고향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탈퇴-결국 쇄국정책이라고 생각한다)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세계화, 지구촌은 하나라고 그리도 외쳤던 많은 나라들은 이제 자신들만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서 어제까지 형제였던 나라에 가차없이 등을 돌리고 심지어 칼까지 꼽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이 책은 북유럽나라들의 단점과 위기에 대해서 쓰여져 있지만 결코 그들이 망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위기에서 벗어나 올바르게(여전히 다른 나라들에 본보기가 되어줄) 나아가기를 바란다. 엄청난 애정의 눈길을 보내면서 말이다.

이 나라들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은 나라. 교육기회가 평등하고 복지혜택 또한 부러울 지경이고, 양성뿐만 아니라 소수의 성도 차별하지 않는 나라, 안정적인 정치제도 게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협동심이다.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노르웨이는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는데 그 이유의 하나가 협동과 배려였다고 한다. 선수들에게 국가는 많은 지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동계스포츠는 워낙 돈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선수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연습하는데 돈이 부족한 선수에게 돈이 여유있는 선수가 도움을 주는 등 서로 연대와 협동으로 하나가 되었고,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나 또한 많은 부분이 인간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이 진정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코 '이기적'인 동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안다.

이 책은 그것을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언젠가 죽기 전에 한번은 북유럽 국가들을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무례하고 무뚝뚝하고 우울해보여도 여전히 나에게는 부러운 나라의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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