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최민호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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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라보니, 보라, 창백한 말이라. 그 위에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지옥이 그와 함께 따라다니더라.]


치명적인 바이러스로 인해 세상은 장벽을 사이에 두고 면역자와 보유자로 나뉘어 살아가고 있다. (자본가와 노동자로 나뉘어도 될듯싶다)

시체(좀비)에 물려도 상해만 입을 뿐인 면역자와 시체에 물리면 시체가 되어버리는 보유자-그래서 보유자는 뼈빠지게 일해서 비싼 돈을 주고 약을 사서 복용해야만 시체가 되지 않는다. 약을 복용하지 않으면 시체에 물리지 않아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시체가 된다-

새로운 신분제도로 작용하는 면역자와 보유자. 그리고 장벽. 장벽 안과 장벽 밖뿐만 아니라 장벽 위의 사람들도 있다. 


내가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의 부조리함을 교묘하게 비틀어 비판하는 점이다. 이 책 '창백한 말' 또한 비현실적인 소재이지만(사실 수많은 sf영화나 소설을 보면 그런 세계가 아주 먼 일도 아닌 일인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누구 말대로 내가 죽은 뒤에 오면 안되나?라는 생각도. ^^;;;) 내용면에서 본다면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여서 서글프고 안타까웠다. 책의 결말이 최선일 것 같아서.


책 속의 한사람 한사람의 캐릭터도 잘 설정되어 있고, 구성이나 결말도 좋았다. 물론 벌려놓은 것에 비해 갑자기 우르르 몰아서 결말로 치달아서 좀 그랬지만 (조금 더 긴 이야기여도 좋았지 않았나 싶었다) 전체적으로 괜찮았다.

편집자님의 말처럼 정말이지 가독성이 좋아서 하루만에 읽어버렸다. 

우리나라 장르소설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서 벅차다. 이제 이웃나라 일본을 부러워만 하지 않아도 되어서. ^^


[개인적인 일? 세상에 그런 일이 어딨어? 먹고, 자고, 싸고, 전부 남한테 폐 끼치는 일이야. 그걸 인정 안하면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니라고. 사람한테 개인적인 일이란 건 없어.]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사람답게 사는 게 어떻게 사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세상은 너무나 불공평하고 어떤 이에겐 절박한 일이 어떤 이에겐 귀찮은 일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가 마지막 글귀였다.


[그들은 시체의 의무를 다하려는 듯, 앞서거니 뒤서거니, 함께 걸었다.]


감정적으로 치우칠 수 있었던 것을 모두 무마시킨 최선의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궁금하시면 바로 읽어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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