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글을 읽게 되면서부터 나의 친구가 되어버린 '책', 지금도 여전히 나의 친구이다.

텔레비전에서 영화나 예능, 드라마 등이 넘쳐나지만 그래도 한번도 그들에게 '친구'라는 명칭을 준 적은 없었다. 아마도 나중에도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시대를 초월한 오래된 책에는 큰 힘이 담겨 있단다. 힘이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읽으면, 넌 마음 든든한 친구를 많이 얻게 될거야.'



부모님을 일찍 여위고 고서점을 운영하는 할아버지와 살고 있는 나쓰키 린타로. 하지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유일한 친척 고모의 결정대로 서점을 정리하고 이사를 가야한다. 하지만 학교가는 것보다 서점 안에서 책을 읽는 것에 시간을 더 많이 보낸 린타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채 우울해하고 있는데 책을 지켜달라는 고양이 얼룩이를 만난다.


책을 지키기 위해 미궁으로 출발하는 린타로와 고양이 얼룩이.

이들은 무사히 책을 지킬 수 있을까?


[책에는 커다란 힘이 있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책의 힘이지, 네 힘이 아니야.

...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p 64~65


[책을 읽는다고 꼭 기분이 좋아지거나 가슴이 두근거리지는 않아. 때로는 한줄한줄 음미하면서 똑같은 문장을 몇번이나 읽거나 머리를 껴안으면서 천천히 나아가기도 하지.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면 어느 순간에 갑자기 시야가 탁 펼쳐지는 거란다. 기나긴 등산길을 다 올라가면 멋진 풍경이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야.]

p 124


초등학생용으로 나온 걸리버여행기와 프랑켄슈타인을 성인이 되고나서 내가 읽은 것이 엄청나게 편집된? 책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 사실 걸리버여행기도 우리나라에 완역본이 한참 후에야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여튼 완역본을 읽고 나서 왠지 속은 것 같은 기분에 속상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요약본이나 줄거리만을 읽으려고 하면 극구 말리는 편이다. 완역본이야말로 (사실 원본이 가장 좋겠지만 언어가 딸리기 때문에ㅜㅜ) 가장 작가가 쓴 원작에 가깝지 않을까 한다. 또한 책을 읽고 난 후에 감동도 다르고.


이 책을 덮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로또에 당첨된다면 나는 지금 하고 있는 모든 일을 때려치고 작은 서점을 열어 돈이 벌리든 안벌리든 상관없이 그 속에서 줄창 책만 읽고 싶다. 는 것이 나의 꿈. ^^

아직은 너무 돈이 모자라 그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책을 사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 것이 고작이지만 이것이 내가 친구 '책'을 사랑하는 방법이다.


많은 이들이 '책'을 친구로 삼아 사랑했으면 좋겠다.


마지막 미궁에서의 일이 가장 가슴에 남았다. 린타로가 가장 중요한 책의 힘이 무엇인지를 말하는 순간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이 겨울 린타로와 고양이 얼룩이가 있는 따뜻한 서점에 가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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