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탐정 정약용
김재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조선시대 과학자로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면 두 사람을 꼽는데 그 중 한 사람은 장영실이고, 나머지 한 사람이 정약용이다.

실학자이자 과학자인 정약용은 정조에게 가장 사랑받았던 신하였다. 하지만 시대는 정조에게도 정약용에게도 실학자들에게도 가혹하지 않았나싶다.

한두 사람이 바뀌었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초반에는 정약용이 이런저런 사건들을 해결하는 이야기로 나아가다가 중반부터는 '개혁'에 대한 이야기로 나아간다.

위로부터의 개혁이냐, 아래부터의 개혁이냐 혹은 급진적인 개혁이냐, 온건적인 개혁이냐에 대한 갈등으로 이루어져있다.


"언제나 해는 동쪽에서 뜨고 서쪽으로 진다. 세상의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나라도 과거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 정의대신 그릇된 법이 공공연하게 집행된다. 삶의 구조적인 모순 속에서 사람들이 신음을 한다. 백성들은 피가 마르며 죽어나가고 양반들은 노동하지 않고 피둥피둥 살이 오른다. 왜 대다수의 사람들이 소수를 위하여 희생햐야 하는가. 약용은 삶 전반을 지배하던 고민을 떠올렸다. 왜 신분의 차이가 있는가. 왜 항상 빈부의 격차가 있는가. 왜 모두 평등하지 않은가.

...

실천이다.

모순을 해결하려는 노력이 행동으로 연겨되어야 문제가 해결되고 조선, 아니 전 인류가 평등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p107~108


급진적인 개혁을 원하는 '진'이라는 남자와 천천히 개혁하고자 하는 정약용.

그 둘은 지향하고자 하는 부분은 같지만 가는 길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어느 편도 들기 어렵다. 급진적인 개혁을 원하지만(하도 썩은 곳이 많아서 일시적으로 치료하기엔 너무 곪아 아예 도려내는 것이 후유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한 명의 지도자?에게 모든 권한을 휘두르고 종교의 교주처럼 영웅시하거나 의지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힘은 미미할지라도 그 개인들의 힘들이 모이면 산도 옮길 수 있으니까.


책을 덮고나서 김재희 작가님이 지금의 현실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예전에 동생이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때 자신은 너무 고민만 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이런 말을 했었다.

그래도 너는 고민하고 생각하잖아.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는 것보단 훨씬 나아.

많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는 마. 결국 너는 고민과 생각을 끝내면 한 발자욱 내딛을테니까.


너무 더딘 변화와 개혁에 답답하고 화가 쌓이기도 하지만 한번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한다. 아무리 느린 속도라고 하더라도 결국엔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일테니까.

지금까지 그 긴 시간을 살아냈듯이 또 다시 긴 시간을 살아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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