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체온증 에를렌뒤르 형사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지음, 김이선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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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스릴러물들이 초창기에 알려질때 알게 된 작가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 (엘릭시르에서는 아르드날뒤르 인드리다손의 이름이지만 영림카디널에서 낸 책들에서는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으로 되어 있다.)

영림카디널에서 낸 이분의 책은 저주받은 피, 무덤의 침묵, 목소리가 있다.

처음 접한 것이 무덤의 침묵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읽자마자 내 스퇄, 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찾아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에 빠져있던 소설가가 '헤닝 만켈'이었다. 아르드날뒤르와 닮은 듯 닮지 않은 듯한 분위기가 나를 사로잡았다.

이분이나 헤닝 만켈 님이나 상도 많이 받고 그 나라에서는 유명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헤닝 만켈의 발란더 시리즈도 많이 나오지 않았고 아르드날뒤르 또한 마찬가지이다.

여튼 가뭄에 단비내리듯 이 책은 나에게 갈증을 해소시켜줄만큼 만족스러운 책이었다.


어차피 많은 리뷰어들이 줄거리를 써놓았고, 책 뒤편에도 줄거리가 있기 때문에 나는 그저 느낌만을 말하고 싶다.


책 제목과 표지가 이번년도 최고의 작품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한장 한장 읽어갈수록 마치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을 걷고 있는 느낌이었다. 하늘과 땅이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도대체 이곳이 어디인지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 혹은 그 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릴적 겨울 어느날에 지금도 기록을 깨지 못하는 폭설이 내린 적이 있었다. 그 엄청난 폭설로 인해 마을은 고립되었고 심지어 문을 여는 것조차 어려워 어른들은 눈을 치우지도 못해 굴을 뚫고 왕래했을 정도였다. 1미터 이상 쌓인 눈을 보고 있노라면 경의로움을 넘어서 두려움이 생긴다. 내릴때는 하늘하늘 가벼움 그 자체지만 그것들이 쌓이고 나면 어찌나 무겁던지. 게다가 길을 덮어버린 눈이란 바닥을 알 수 없어 선뜻 걷기가 무서운 법이다.

나는 이 책 속에 나오는 '실종'된 사람들이 그 눈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을 덮어버리고 금방 찍힌 발자욱마저도 덮어버리는.

아득함, 만을 남기고 사라진 사람들.


아르드날뒤르의 책들은 주인공처럼 우울함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그래서 어떤 이들에게는 별로 호감이 가는 책들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많은 이들에게 이분 책들을 추천하고 싶다.

한없이 무겁고 우울하지만 그래도 그 끝에서 만나는 한줄기 희망? 을 만날 수 있을테니까.

그래서 인생은 조금 더 살만하지 않은가, 라는 끄덕임을 동반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어느 출판사에서 또다시 이 분의 책을 보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어서 빨리 만나고 싶다. 은근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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