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이용한.한국고양이보호협회 지음 / 북폴리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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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 엄마가 이모네서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온 적이 있었다. 80년대 초반이었고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셔서 군인가족들이 모여사는 '관사'라는 곳에 살고 있었다. 집 안에 아직 푸세식 화장실이 있었고 큰방 작은 방 작은 부엌 등이 있었다. 가족 모두 동물에 대한 거부반응은 없었다. 휴전선 근처의 산골마을이어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온갖 가축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었으니까.
고양이 이름은 '나비'였다.
아주 너무나 흔하디 흔한 '나비'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고양이와 어울리는 이름 '나비'
한번은 왜 '나비'라는 이름을 고양이에게 많이 붙일까?라고 궁금해한적이 있었다. 뭐 추측컨대 소리없이 다가오거나 전혀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몸놀림? 혹은 어떤 좁은 곳이라도 통과할 수 있는 유연함? 등등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여튼 그 '나비'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있는 듯 없는 듯 우리 가족과 공존했다. 자주 밖으로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오기도 했고 어쩔때는 며칠을 밖에 나가 있다가 오곤 했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나비'에게 많은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나 또한 또래 친구들과 산과 들, 강으로 놀러다니느라 하루하루가 바빴기에 '나비'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잘 몰랐으니까. 그러다 어느날 엄마가 급한 볼일이 있어서 (형과 나와 동생들은 모두 학교에 갔거나 놀러나갔다) 집을 비우게 되었는데 집에 사람이 없어서 열쇠로 문을 잠그고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언제나 밖에 나가있던 '나비'가 집안에 있게 된 것이다. 녀석은 배도 고프고 외롭고 밖에 나가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집밖으로 나가는 공간이 그날따라(창문조차도 왜 닫아 있었을까?) 어느 곳에도 없었다. 게다가 왜 하필이면 녀석은 배가 고팠을까.
그 당시에는 시골에는 쥐들이 들끓었다. (어쩌면 엄마가 이모네서 고양이를 데려온 이유는 쥐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중에 하게 되었다) 그래서 집안 으슥하고 어두운 공간에 쥐약이 살포되어 있었다. 심지어는 집 밖은 더 했다. 닭장 주변이나 쥐구멍 주변에는 어김없이 쥐덫이나 쥐약이 있었다. 그때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지만 은근히 개나 고양이가 그 쥐약들로 인해 희생당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여튼 그렇게 '나비'는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아는 친한 존재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 첫번째 아이였다.)
그 뒤로는 우리집에서는 고양이는 키우지 않게 되었다. 강아지는 많이 키웠지만.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워낙 고양이는 길들이기?가 쉽지 않고(개는 어느 정도 크면 집밖에서 목줄을 하고 돌볼 수 있지만 고양이는 결코 그런 존재가 아니므로) 어린 나이의 우리 형제들이 '나비'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부모님은 막내동생과 함께 살고 계시는데 두 마리의 반려견과 같이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시고, 형도 가족들과 반려견과 살고 있고, 한명의 여동생도 가족들과 함께 반려견과 살고 있고, 한명의 여동생은 가족들과 함께 입양한 반려묘와 살아가고 있다. (반려묘와 살아가는 여동생이 이 책을 빌려달라고 해서 기쁜 마음으로 주기로 했다.)
나는 그냥 짝꿍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가끔 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오롯이 그 동물을 책임감을 가지고 키우고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기 때문에 짝꿍과 나는 그저 그들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자고 다짐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터주대감격인 길고양이들이 있다. 요새 길고양이들은 인간들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그래서 나쁜 인간들이 그들을 손쉽게 학대하는지도 모르겠다.) 처음엔 아파트관리하시는 분들이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고 공고를 붙여놓기도 했던 적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캣맘, 혹은 캣대디님이 알아서 잘 처리했는지 공고문은 다음날 없어지고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에 대한 그분들의 터치가 없어졌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우리가 우리 곁에 있는 존재들과 공존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게다가 집 근처에 대형 애견샵이 있다. 그 좁은 곳에 갇혀 있는 아이들을 보면 솔직히 불쌍하다. 사실 애완용 강아지와 고양이 등을 돈으로 사고 파는 행위 자체가 없어져야만 진정한 동물보호를 넘어서는 지구에서 서로 공존하며 살아가는 시대가 되지 않을까.(동물원은 사실 최악의 시설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히 인간의 이기심으로 이루어진 그 공간이 무슨 유흥이고, 무슨 공부인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인간'의 시각으로 그들을 바라본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이 지구상에 그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또한 잠시 들렀다 가는 방문객일뿐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은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땅을 파헤치고, 강을 막고, 산을 없애고, 도로를 만들고, 고층빌딩을 지어 자신들만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만들었다.
인간보다 힘이 없다는 그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이제 우리는 겨우 그들과 공존할 수 있는 세계로 한 발자욱 내딛었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잘못을 뒤집을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
그들을 학대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할 경우 그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른 척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신고하자. 혹 주변에서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애완샵에서 사려고 할때는 입양을 적극 권하자. 그래야 정말이지 그넘의 공장시스템이 없어지지 않겠는가. (인간이라는 잔인함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아 비참하다.)

혹 초보 반려묘를 키우거나 길고양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자 하거나, 그들과 공존하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당신이 바라보는 길고양이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부디 내가 건네는 한 끼의 밥이 너의 마지막 끼니가 되지 않기를......."
-공존을 위한 길고양이 안내서 작가 이용한 님의 말-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나비'들이 행복하진 않더라도 불행하지 않기를. 그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너는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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