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테이프 스토리콜렉터 57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십년 전쯤 온라인의 어떤 모임에 있었는데 처음으로 오프라인 모임에 몇명이 수원의 회원집에서 모여서 한잔하기로 했던 적이 있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하고 저녁 식사를 한 후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회원 한명이 느닷없이 자신이 귀신을 볼 수 있다, 고 이야기를 꺼냈다. 뜬금없는 이야기였지만 그 사람의 친구인 듯한 사람도 그 이야기에 고개를끄덕였다. 여튼 그래서 그 사람의 경험담을 듣게 되었다. 집안내력인듯 자신의 가족 대부분이 수시로 가위에 눌리며 (게다가 시골고향집은 수맥이 관통하는 곳에 있어서 잘때는 칼을 머리 맡에 두고 잔다고 했다) 자주 공포에 질린다고 했다. 어느날 그 사람은 회사사람들과 단체로 홍콩에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배정받은 방에 호텔키를 꽂고 들어갔을때 왠 여성이 방한가운데 놓여있는 거울(화장대)앞에 앉아 긴 머리를 곱게 빗고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귀신임을 직감적으로 느낀 그 사람은 눈이 안마주치도록 주의를 하고는 짐에 한구석에 놓고는 바로 밖으로 나가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어디에서 만날 지 모르는 귀신을 볼 때는 언제나 친구에게 전화를 한다고 한다. 이유는 '화'(이 책에서는 '앙화'라고 한다)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화'를 '전달'한다고 할까? 여튼 다행히도 친구는 감각이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 대부분 둔하게 '화'를 비껴간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 비껴가지는 않고 사소한 불행?이 닥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볼펜을 잃어버린다든지,  안경에 금이 간다든지, 양말이 구멍이 난다든지 등등.

나는 기본적으로 저 세상이라든지 귀신이라든지 등등의 이야기들을 믿지는 않는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또 다른 세상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만으로 피곤하기에 ^^;;) 하지만 내가 믿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믿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않는다. 그저 다를 뿐이지, 틀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튼 대부분 과학적,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 세상은 사실 과학적, 논리적으로 설명되어지지 않는 것이 너무나 많다.

수많은 오컬트, 초자연적인 현상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라는 말인가.

사실 심리적으로 불안정했던 시기에 나 또한 수없이 가위에 눌려 잠을 자는 것이 두려웠던 적이 있었다.

심할 경우에는 누군가가 가위에 눌려 움직이지 못하는 '나'를 발 밑에서 지그시 바라보고 있는 '무언가'를 다시 방관자모양으로 천장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나'를 '의식'할 때는 기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과연 그런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저 마인드컨트롤을 위해서 호흡법을 배우고, 자세를 바르게 해서 자려고 노력하고, 마음을 편안히 가지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때 이후로 가위는 많이 사라졌고, 힘들거나 불안정할때도 잘 나타나지 않는다. (사실 그 이유 중 하나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가위'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음이 아닐까 한다. 그까짓것, 그래 올테면 오라. 뭐 이런식으로. 다행히 둔한 편에 속해서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ㅡㅡ;;;)


하지만 오랜만에 이 책 '괴담의 테이프'를 읽고 잠이 들었는데 슬그머니 '가위'가 덮쳐왔다. 예전처럼 심한 가위는 아니었지만 사실 좀 섬뜩하긴 했다. 옮긴이 현정수 님의 말씀대로 밤에는 읽지 말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공포, 호러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어도 아무렇지 않게 자는 나였는데 말이다. )

이 책 자체가 소설이긴 하나 사람들의 경험담으로 이루어져서 그런건지(그저 설정일지도 모르지만) 어떤건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책을 덮고는 살짝 등골이 오싹했다.


나를 가장 오싹하게 했던 것은 '죽은 자의 테이프 녹취록'과 '시체와 잠들지 마라'와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문득 오래전 생각했던 의문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실종자의 수는 6만5천명가량이고 그 중에 1만2천명은 찾지 못한다고 한다. 하루 평균 33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찾지 못하는 것일까, 찾을 수가 없는 것일까?


새삼 이 세상이 참으로 미스테리함을 깨닫는다.


여름의 끝자락에 미쓰다 신조 '괴담의 테이프'를 추천하고 가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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