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연극 킴 스톤 시리즈 4
앤절라 마슨즈 지음, 강동혁 옮김 / 품스토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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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연말에 한꺼번에 이런저런 일이 닥치고, 생계의 일까지 가득 밀려터져 일주일에 몇페이지씩 읽다보니 한달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책을 다 읽었다. 참으로 책이라는 것은 한번에 쉼없이 주욱 읽어야 재미지는 건데 속세의 사람이란 일도 해야 하고, 사람관계도 해야 하기에 항상 취미는 뒷전이 되어 버린다. (젊을때-10대,20대에는 하루밤 꼬박 세면서도 잘만 읽었건만 이제는 아무리 클라이막스 절정에-범인이 밝혀지기 한페이지 전임에도 불구하고 자는 시간이 되면 저절로 책이 손에서 떨어진다. 오호 통재라! 여튼 이 책이 재미없어서 늦게 읽은 건 아니라는 말이우다.

재미로 따지자면 앞의 시리즈를 읽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돌김언니는 매력이 넘쳤고, 주변 캐릭터들도 한 매력을 담당하였다. 읽는 내내 살아움직이는 캐릭터들로 인해 마치 범죄 미드 시리즈를 보는 듯 했다.

서로가 뱉어내는 말들은 가벼워 보였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몇십년 전만 해도 (혹은 아직도 여전할지도 모르지만) 어떠한 흉악한 사건이 일어나면 매스컴과 전문가들이 나와서 하는 말은 '가정교육'이 문제라고 했었다. 한부모 가정이어서, 부모가 없는 고아기 때문에 불량하고,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정말로 통계적으로 보면 많은 범죄사건의 대부분은 정말이지 평범한 가정의 한 구성원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통계적 진실은 외면당하고 묻혔다. 왜냐면 평범한 가정의 구성원이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가정만으로 패닉이 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공포'는 순식간에 '혼돈'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하다. 끔찍한 편견과 오해로 사람을 재단하고, 또 다른 괴물들을 만들어냈다.

사실 '환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중요한 것임을 항상 잊는다. '환경'이 '길'을 만들어내고 보여줄 수 있지만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사람'인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 본 영화 '조커'가 생각났다. (호아킨이 열연한)

끊임없이 어렸을 적부터 가스라이팅한 어머니로 인해 배트맨의 부모를 죽인 조커. 과연 누가 더 가여운가?로 동생과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 동생이 말하길 자신이 피해자이기 때문에 '복수'를 정당화하면 안되기에 조커로 인해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은 배트맨에게 한표를 준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조커에게 한표를 주었다. 왜냐면 영화 속의 '조커'는 정말이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서 살았다. 하지만 거의 모든 이들이 그에게 상처를 주었다. 결국 그에게 남은 것이라곤 '그것'말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 선택을 한 것을 동의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연민이 더 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참 어렵다. 산다는 것은.

돌김언니가 말하듯이 이상적인 어린시절을 보내는 사람은 극소수라는 사실은 참혹한 현실이다. 가족은 가장 안전한 울타리인 동시에 가시돋친 둥지일지도 모른다. 이상은 그저 동화책 속에 잠들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참혹한? 어린시절을 보낸 돌김언니가 멋지고 매력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했듯이 상처투성이 어린이들이 앞으로 나아가기를, 행복하진 않더라도 불행하진 않기를 바란다.

어떨결에 2024년에 읽은 첫 책이 되어버린 돌김언니의 '죽음의 연극'은 한마디로 '좋았다'. 앞의 시리즈를 사서 읽어보려고 한다.

모두들 2024년 한해를 찰지게 보내시길. 이 세상에 가장 공평한 것이 있다면 '시간'일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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