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방귀학 개론 - 세상 진지한 방귀 교과서
스테판 게이츠 지음, 이지연 옮김 / 해나무 / 2019년 10월
평점 :
몸에서 보내는 가장 솔직한 반응이지만 참 민망한 그, 방귀라는 녀석. 머리로는 이건 생리적인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방귀에 인상이 구겨지며 자신의 방귀에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창피해한다. 다른 생리적인 현상 트림이나 재채기, 콧물(5년전서부터 면연력이 약해졌는지 갑작스런 알레르기 비염이 생겨 시도때도 없이 자극을 받으면 재채기는 물론 콧물이 주루룩 흘러내리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생겼다. 조용해야 할 곳에서 재채기가 나거나 손수건이나 휴지를 깜박할 경우 콧물을 손안 가득 흘리면 정말이지 미칠 것 같다. 게다가 심한 재채기일 경우 왜 방귀가 같이 나오는지,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을 지경이다.) 등은 그나마 사람들에게 혐오를 덜 주지만 방귀는 소리와 냄새로 인해 매너없는 사람으로 찍히고, 어린아이들 사이에서는 놀림거리가 될 수도 있는 녀석이다.
모방송국에서 방귀대장 뿡뿡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그것이 캐릭터니까 귀엽고, 재밌지 누군가가 자신에게 ‘야, 방귀대장’이라고 말하면 좋겠는가.
그만큼 방귀라는 존재는 친해질래야 친해질 수 없는 것이다.
이 책 ‘방귀학개론’에서는 사람들이 방귀를 혐오하게 된 것은 ‘미아스마설’에서 나왔다고 설명한다. 고대에서부터 고약한 냄새를 싫어하게 되면서(하긴 어느 누가 고약한 냄새를 좋아할 수 있을까?) 이러한 나쁜 냄새를 수많은 문제의 범인으로 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방귀는 나쁜 냄새를 풍기기는 하지만 인체에 해롭거나 감염의 원인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래전서부터 누명을 쓴 것이다.
이 책 이름이 ‘방귀학 개론’인 것처럼 방귀의 대략적인 이야기들 위주로 되어 있어서 엄청난 과학적 지식이나 물리학이나 생물학 이야기가 있지는 않다. 물론 방귀폭탄을 만드는 법이라든지, 방귀 기계를 만드는 법이라든지, 방귀를 많이 뀌게 만드는 요리법이라든지 이런 건 있지만 말이다. 특히 방귀를 많이 유발하는 음식재료 중 하나가 ‘돼지감자’였다. 집에 몸에 좋다고 해서 ‘돼지감자차’를 사놓은 게 있는데 요며칠 열심히 물처럼 먹었던 것이 떠올라 혼자서 식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방귀라는 소재로 유쾌하고 재밌게 쓴 이 책을 아직 방귀에 대해서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읽으면 무척이나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나 또한 혐오감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타인의 방귀를 조금은 너그럽게 넘어갈 수 있는 아량이 생길 듯.)
아쉬운 것은 외국인(영국)이 쓴 글이어서 조금은 방귀에 대한 유머가 그리 와 닿지 않는 거라든지, 요리에 들어가는 재료, 생활 습관 등이 우리와 다른 점이었다.
여튼, 간만에 즐겁게 읽은 책이어서 모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쉽게 읽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