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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
이노우에 마기 지음, 이연승 옮김 / 스핑크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읽고 난 후의 첫 감상은 오, 이런 추리책도 재밌다, 라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은 풀기 어려운 범행방법인 트릭을 파헤쳐 범인을 잡아낸다. 어떻게 보면 기적같이 보이는 범행을 논리적인 이론으로 격파해 그 트릭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전혀 믿을 수 없는 이야기(머리없는 소년의 시신?이 소녀를 안고 걸었다?! - 게다가 두 세걸음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겠지만 이 소년은 꽤 먼거리를 소녀를 안고? 맞다, 손잡고 걸은 것도 아닌 안고 걸었다.), 즉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탐정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서 쓰인 방법은 일명 '소거법'.
'불가능을 없애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제아무리 기묘한 것이더라도 그것이 진실이다'라는 셜록 홈스의 대명제를 바탕으로 이 책의 탐정 우에오로 조는 '모든 가능성을 부정해 아무 것도 남지 않으면 그것이 기적이다'라는 신조로 모든 가능성과 트릭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래서 '그 가능성은 이미 떠올렸다'라고 말하며 기적을 부정하며 '가능성'을 늘어놓는 반기적론자들에게 기적이 있음을 증명한다.
사실 어떻게 보면 내용은 상당히 전통추리극인데 글체나 캐릭터들의 설정이 상당히 일본만화풍스러웠다.
그런 것에 부담이 없으면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일미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이런 설정과 추리와 논리는 많이 부러울 따름이고.)
이 작가분의 책이 다음에도 번역되어 나온다고 하니 기대된다.
당신은 기적을 믿는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나는 신이나 죽음 이후의 세상을 믿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죽으면 모두 자연으로 돌아가고, 결국 아무것도 없다(無)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는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좋아하고 그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적이 있다고 믿는다. 모순된다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아직 '기적'이라 불릴 만한 것을 실제로 보거나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물론 죽을때까지 그 '기적'을 경험하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기적'을 믿는다.(왜냐고는 설명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 쪽에 설명되어있는 머리없는? 소년의 마음이 애잔해서 바로 그 마음이 '기적'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어쩌면 기적은 무슨 커다란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 옆에 아주 작은 무언가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