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제인 오스틴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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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듣던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드디어 읽었다. ^^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과 더불어 '오만과 편견'은 워낙 유명해서 영화화도 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읽어야지, 읽어봐야지, 라고 했지만 (그렇게 생각만 한 것도 십여년의 시간이 지난듯 ㅜㅜ)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음, 약간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감동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거나 그런거는 아니다. 물론 이 책이 감동을 내세운 것은 아니지만.

하지만 그 시대에 여성이 그린 '연애'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지금의 여성이라면 뭐, 이런 개뼉다구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야, 라며 문을 박차고 나갈 일들이 많았던 시대였다.(우리나라도 그 시대에-18~19세기- 여성의 독립이나 연애, 결혼이 얼마나 억압적이었던가. 심지어 성종시대에는 이혼이나 재혼이 용납되지 않았고(자신들 또한-왕이나 귀족- 같은 규율을 지켰으면 말을 안하겠지만 자기들은 축첩에 이유도 없이 아내를 내쫓고 노비를 죽여도 어떠한 벌도 받지 않았던 특권으로 가득찼으니 얼마나 모순적인 규율인가), 신분차이도 극복하지 못했으니 오히려 서양시대가 나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재산이 많은 남자가 미혼일 경우 사람들은 누구나 마치 당연한 진리처럼 그에게 아내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p 9 중에서


이런 시대에는 나이 찬 아가씨들은 무도회에서 남자들과의 만남을 가져서 연애하거나 결혼을 한다. 그 시대나 이 시대나 돈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시대이기는 마찬가지였는지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딸이 부유한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이 시대나 그 시대나 자식은 부모마음대로 할 수 없는 법.

이 책 오만과 편견은 딸 다섯을 키우고 있는 베넷 가 근처에 대저택 네더필드에 부유하고 잘생기고 사교성 좋은 빙리가 여동생들과 친구 다아시(이분도 잘생기고 빙리보다 부유하고)를 이끌고 이사?(어쩌면 지금 시대의 말로 하면 별장을 구입한 것 같다)와서 그들과 베넷 가의 첫째 제인과 둘째 엘리자베스와 얽히고 설킨 사랑이야기이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없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책 뒷표지 중에서 발췌


오만한 남자와 편견을 가진 여자가 어떻게 그것을 극복하고 사랑을 하는가.

사실 성격적으로 오만하기만 하다면 아무리 '사랑'이라고 해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대답은 '예스'다.

어렸을적(20대까지 ^^;;)에는 오만과 자만, 편견, 선입견 등 이런 것으로 똘똘뭉친 사람들은 변할 수 없다고 보았고, 나 또한 나 자신의 성격을 누군가가 변화시킬 수 없다고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고, 상처도 받으며 살아가면서 어떠한 콘크리트같은 성격도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위에서도 아, 저 사람은 평생 저렇게 살거야, 하며 혀를 찼던 사람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면서 달라지는 모습을 종종 보았다.

그래서 그 오래된 고금서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사랑에는 국경도 신분도 성별도 없다고 말하지 않는가.


[난 사람 볼 줄 아는 안목이 있다고 자부했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만했어! 언니의 너그럽고 공평무사한 마음을 자주 비웃었어. 쓸데없이 다른 사람들의 흠을 찾고 불신하면서 내 허영심을 채웠어. 이제야 그걸 깨닫다니 너무 창피해! 그렇지만 창피를 느껴도 싸지! 사랑에 빠졌어도 이렇게 덮어놓고 판단력을 잃지는 않았을 거야. 그런데 사랑 때문도 아니고 허영심 때문에 그처럼 어리석게 굴다니. 처음 서로를 보았을 때 한 사람은 내게 호감을 보인다며 좋아했고 다른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며 불쾌하게 여겼지. 그 바람에 난 그 두 사람이 관련된 일에서 선입견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없애버렸던 거야. 이 순간까지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어.]

                                                              - p 320~321 엘리자베스의 말 중에서


책 중에서 제인과 엘리자베스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보인다. 제인은 인내하며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편견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람을 본다. 하지만 사실 이런 성격은 남에게 이용당할 성격이다. 거짓으로 다가온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말을 있는 그대로 믿는다면 그 상처는 오롯이 자신의 몫이니까. 하지만 제인의 성격은 보석같은 성격이다. 과연 어느 누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까?

이런 언니 제인에 비해 엘리자베스는 합리적이고 자신의 의견을 당차게 말하는 진보적인 여성이다. 타인에게서 상처는 덜 받겠지만 오히려 자신을 스스로 둘러싼 벽 속에 갇히게 만드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단호하게 인정하는 엘리자베스를 보면서 그녀라면 어떠한 고난이나 편견으로 둘러싼 자신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관계는 어떠한 편견과 오만도 없어야 한다. ^^


그 시대의 말투, 억양, 언어, 문화 등으로 인해 생소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지만 읽는내내 캐릭터들을 따라 감정에 휩쓸리다보니 금새 읽혔다. (그래서 제인오스틴의 소설들이 현대의 수많은 로맨스의 모토가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박희정씨의 아름다운 삽화 또한 책읽기 즐거움의 선물이었다.


조금씩 서늘해지는 가을에 고전 연애소설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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