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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가림
어단비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6월
평점 :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나는, 그동안 가벼운 내용부터, 막장 드라마같은 여러가지 내용을 접했다. 비록 어떤 작품은 보다가 도저히 못보겠어서
제쳐둔 작품들도 있었지만, 요 작가의 작품은 제목부터 참 아름답단 생각에, 새벽일 끝나고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본 작품인데, 사실 완독하고 나니 새벽에 읽기를 잘 했단 생각도 들기도 했다. 밤엔 사람이 좀더 감성적으로 변한다고들 하지 않는가? 동트기 전의 새벽녘과 닮아있는 듯한 소설.... 그런 소설이 달가림이 아닐까 싶다.
사실 아쉬운 점도 있다. 다른, 로맨스 소설을 보면, 두 주인공의 케미와 심쿵한 대사들, 뭔가 그 둘 사이의 복잡미묘한 감정선, 그리고 에피소드들이 존재하지만, 이 소설은 이런 점들이 없다 느껴질만큼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로, 이 소설은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는 소설은 결코 아니란 거다.
에이... 너무 잔잔한거 아닌가? 이게 로맨스 소설인가? 그냥 판타지 동화 아닐까? 란 생각을 지울순 없었으니까 말이다.
얼마전에 종영한 숲속의 작은집이나, 영화 리틀포레스트, 혹은 미니멀리즘이나 스웨덴의 라곰라이프를 소재로 한 책들을 보았는데, 이 소설이 요즘의 트렌드를 적극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혹은, 작가가 무척이나 친자연주의적인 사람일까나? 달가림을 읽은후, 힐링을 느낀건 나뿐일까? 란 생각을 해본다. 비록 뜨겁고 격정적이고 알콩달콩하며, 심쿵할 만한 요소는 없지만, 동심을 자극하는 두 주인공의 대화와, 장촌할머니의 소박한 음식들, 마을사람들의 투박하지만 따뜻한 정.... 요즘은 접하기 힘든 것들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이 소설엔 가득 담겨져 있다. 햇빛이 여름날 소나기처럼 숲에 쏟아지고, 밤엔 검은하늘을 찾아볼수 없을만큼 도글도글 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빛나는... 그런 하늘을 미세먼지가 가득해 뿌옇기만한 요즘도 볼수 있을까? 과연, 도기마을은 정말 충주에 있을까??
효주는 잃어버린 자신의 그림자를 찾으며, 삶의 이유도 찾아가고, 그림자 찾는걸 도와주는 무영에게 인간의 표정을 가르쳐주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기도 하고, 외할머니의 진실한 마음도, 장촌할머니에 대한 감사함도 느끼게 된다. 비로소 살아있기만 한 좀비같던 효주는 표정있고 향기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나저나, 둘은 잘 될까요?
우리가 매순간 지치더라고 참고 견디는 이유는, 옆에 날 지켜봐줄 누군가가 있기에, 그 누군가와 매 순간 순간을 함께 향유할수 있단 희망, 혹은 함께한 기억들로 인해, 하루하루를 그나마 기쁘게 견디고 버텨내는게 아닐까? 지금 자신의 옆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에게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면 어떨까? 장촌할머니의 음식처럼 맛나진 않겠지만, 나도 돌아가신 할머니가 쪄준 감자나, 호박죽이 생각나는 건 할머니와 함께 한 시간의 소중함을 알기 때문이겠지? 그나저나, 나도 부침개에 시원한 막걸리한잔이 생각나는군...
어단비작가님의 달가림, 이쁜 동화한편과 함께 모두 도기마을로 힐링 치유 여행을 떠나보는건 어떨까요?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