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존 그린 지음, 노진선 옮김 / 북폴리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학생때 서정윤의 '홀로서기'라는 시집이 크게 유행한 적이 있었어. 나 또한 그 시집을 읽어보았는데, 아마도 에이자 지금 너의 나이인 열여섯이었고 사춘기였고,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여서 그런지 그 시집은 가슴을 울렸지.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 만나는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었어.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평행선을 생각했어.

인생에 있어서 소중한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이 평행선이 아니라 교차선이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교차선은 결국 다시 멀어지고 말잖아? 우리가 소중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건 평행선에서 만난다는 것을 깨달았어.


에이자 네가 "마주보는 것은 누구하고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세상을 보는 사람은 흔치 않다." 라고 말했던 것처럼.


에이자 너의 특별함-극도의 불안감과 강박적인 나선의 생각 소용돌이-을 악마로 칭하고 우울해하지만 사실 그 특별함이 너의 자신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알거야.

아마도 너의 건강염려증은 너의 소중한 사람인 아빠를 잃고 나서 생겨난 것이겠지.

갑자기, 작별인사도 없이 소중한 사람이 우리의 곁을 떠나간다면 그 슬픔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나 또한 마지막에 소망이 있다면 적어도 작별인사를 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

언제나 그렇듯 슬픔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니까.

에이자 네가 얼마나 아빠를 그리워하는지, 얼마나 자신의 강박증을 고치고 싶어하는지 알고 있어.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이 세상에 산다는 것이 혹은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 (하긴 뜻대로 된다면 그것 또한 재미없긴 할거야) 그래서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인 거겠지. 또한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삶을 살아내는 것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살아갈 의미가 있는지도 몰라.

난 적어도 에이자 네가 잘 견뎌내고 꿋꿋이 삶을 살아내리라 생각해.


에이자 너의 열여섯 살의 시간에서 데이비스가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알겠더라. 계기가 어떻든간에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을 게다가 어렸을적에 호감을 가진 상대를 다시 만난다는 것은 대단한 인연인거지.

사랑하는 것은 어쩌면 간단하고 단순할 수 있지. 하지만 상대방을 이해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을 너는 알거야.

내가 보기엔 에이자 너와 데이비스는 짧은 시간이었을지 몰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고 깊어보였어.

그런 사람을 만나는게 쉽지 않지.

아마도 에이자, 데이비스 둘 다 인생에 있어서 열여섯살의 시간이 보석처럼 빛나고 있지 않을까?

아주 오랜 후 과거를 되돌아볼때 어느날 찬란하게 빛나던 별들을 바라보았을때처럼.(그 별빛은 사실 과거의 별빛임을)


아마도 너의 특별함은 평생 너를 따라다닐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곁에 얼마나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지 그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항상 걱정이 많지만 너무도 너를 사랑하는 엄마,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스타워즈 팬픽을 쓰는 멋진 친구 데이지, 닥터 싱, 기억 속의 아빠, 첫사랑 데이비스 등, 그리고 네가 살아가야 할 시간에 마주칠 혹은 같은 세상을 바라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거야.


에이자 너의 찬란한 시간들을 마음에 잘 간직하고, 또 다가올 찬란한 시간들을 너의 방식대로 보내기를 바랄게.

잘 있어, 에이자.


[단수 고유명사인 '나'는 늘 주위의 영향을 받으며 계속 살아 나갈 거야.

하지만 넌 아직 그 어느 것도 알지 못해. 너와 나는 데이비스의 손을 꽉 잡아. 데이비스도 우리의 손을 꽉 잡지. 넌 그와 함께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고, 한참 후에 데이비스가 그만 가야겠다고 말하고, 넌 '잘가.'라고 말하고 데이비스는 '잘 있어, 에이자.'라고 말하지. 우리는 정말로 다시 보고 싶은 사람에게만 작별 인사를 하는 법이니까.]

                                       -p 312 중에서 '거북이는 언제나 거기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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